일고지영[一顧之榮] 一: 한 일. 顧: 돌아볼 고. 之: 어조사 지. 榮: 영화 영
◆내종석 편집국장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우리의 박 대통령을 한 번 불러주었다고 한반도에 꽃이 활짝 피는 것은 아니다. 백락이 말 엉덩이 한번 두들겼다고 환호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주변을 살펴볼 때라는 것이다.
한 번 돌아본 영광'이라는 뜻으로, 저명인사가 알아주거나 귀빈이 왕림함으로써 위상이 갑자기 높아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성어는 중국 춘추시대의 말(馬) 전문가로 유명한 백락(伯樂)의 고사(故事)에서 유래되었다. 백락은 춘추시대 진(秦)나라 사람으로, 본명은 손양(孫陽)이다. 백락이라는 별칭은 중국 신화에서 천마(天馬)를 관장하는 별자리 이름과 같다.
어떤 말장수가 말을 팔기 위하여 세 차례나 시장에 끌고 나갔지만 거들 떠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백락을 찾아가 말하기를, ‘제게는 준마가 한 필 있어 팔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흘이나 저자거리에 내놓았지만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청컨대 제 말을 한번 살펴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사례는 아끼지 않고 드리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말장수의 부탁을 받은 백락은 시장에 가서 말의 주위를 몇 차례 돌면서 감탄하는 눈길로 그냥 쳐다보기만 하였다. 발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떠나면서도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말은 즉시 시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았으며, 가격이 10배나 올라갔다.
'백락이 한 번 돌아보자 말 값이 껑충 올랐다(伯樂一顧而馬價增)"라는 이야기다. 다른 뜻으로는 남모르게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하여 큰 뜻을 이룬다는 뜻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사건 이후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 관계가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 합의'를 이끌어내 국내외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올라 군사 퍼레이드도 참관했다.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데다 미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우방국 정상이 거의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번 열병식 참관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언론들이 박 대통령의 자리 배치에 주목했다. '좌 푸틴 우 근혜'를 희망하며 북한을 대표해 참석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시 주석과 얼마나 떨어져 앉는가에 따라서 달라진 남북의 위상 변화와 국제관계 속의 우리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김일성 전 주석이 마오쩌둥 전 주석의 오른쪽에 섰던 1954년과 1959년 열병식을 끄집어내 비교하기도 했다.
물론 주변 강국 중국과 러시아가 한 번 쳐다보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위상은 치솟을 것이요, 박 대통령의 지지도도 동반상승 할 것이다. 좋은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다. 대한민국 주변에는 또 다른 강대국 미국과 일본이 있고 우리와는 뗄 라야 뗄 수 없는 북한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의 선순환을 위해 중국과의 연대·협조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점점 고립되는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북·중 관계가 복원되지 못하고 한·중 관계의 발전 속에서 북한의 소외가 가속된다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탈고립정책을 펼 것이며 이는 필히 동북아시아의 불안감을 고조시켜 결국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우리의 박 대통령을 한 번 불러주었다고 한반도에 꽃이 활짝 피는 것은 아니다.
백락이 말 엉덩이 한번 두들겼다고 환호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주변을 살펴볼 때라는 것이다.
자칫 중국에서만 꽃이 피고 한반도에는 화약 냄새 풍기는 불꽃만 필지도 모르는 일. 북한은 현재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이 문을 활짝 열고나올 수 있도록 인도적 대북 지원의 문을 넓히고 대북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아닌가 싶다. 평화의 땅 파주에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