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군대 내 폭력 문화의 근본원인과 실태, 개선방안 軍
“군인의 생명가치와 인권이 존중돼야
선진군대입니다 !”윤후덕 국회의원(국회 국방위)_새정치민주연합_파주 갑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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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대한민국의 군대에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준 2개의 대형 사건이 터졌다. 자대 전입 후 5개월여 동안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014년 4월 7일 결국 목숨을 잃은 윤 일병 사건이 하나이고, 2014년 6월 21일 최전방 GOP부대에서 스트레스와 동료들의 따돌림을 참지 못하고 총기를 난사해 12명의 사상자를 낸 임 병장 사건이 또 하나이다. 특히 윤 일병 사건은 2014년 7월 31일 군인권센터의 발표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군 당국은 당일 오후 7시 A4 한 장 분량의 간단한 보도자료를 내 ‘음식물 취식 도중 갑자기 사망한 단순사망 사고’라고 발표했으나, 군 당국은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한 상태에서도 이를 은폐·축소했다.
윤 일병이 당한 구타와 가혹행위의 실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2013년 12월 자대로 배치받은 윤 일병은 전입 직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5개월 동안 매일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가해자는 상습적인 구타는 말할 것도 없고 밤이 새도록 잠재우지 않고 기마자세로 서 있게 하는가 하면,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게 하기도 했다. 군기를 잡는다며 코에 물을 붓기도 하고 바닥의 가래침도 핥아 먹게 했다. 급기야 성기에 안티프라민을 바르는 극단적인 가혹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군에 아들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부모들의 걱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극에 달했다. 세간에는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이라는 서글픈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국방부는 서둘러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안심할만한 수준의 대책을 기대하기에는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다.
일제시대 군대에서 비롯된 구타문화, 청산은커녕 확대 재생산
그 동안 우리 군은 장병들의 안전을 시스템을 통한 확보보다는 강력한 군기확립을 통해 확보하려 노력했다. 강력한 군기확립은 과도한 얼차려나 구타를 통해 손쉽게 확보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행사된 폭력과 무조건적인 복종의 강요는 병사의 생명가치 저평가와 인권의식 부재로 이어져 왜곡된 군대문화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고는 1948년 건군 이래 끊이지 않고 자행돼 온 우리 군대의 악습이다. 구타의 뿌리는 일제시대 군대까지 올라간다. 군국주의 일본은 전쟁터의 병사들에게 구타와 가혹행위 등 폭력을 일삼았다. 이 같은 군대문화는 8.15 광복 후에도 그대로 남아 일부 학교와 기업에서 자행됐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군은 미국으로부터 군의 편제와 무기 등을 도입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병영 문화는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군기를 잡는다는 명분 아래 자행된 구타와 가혹행위는 전시 상황도 아닌데 병사들이 같은 부대 소속 부대원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태로 이어졌다.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군대는 원래 어느 정도 폭력이 용인되는 공간으로 이해되고 말았다. 그렇게 한국전쟁 이후 전쟁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군인은 지금까지 6만 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군대 폭력의 역사를 살펴보면 70년대 개발독재시대 군사정권 시절에 군의 폭력이 가장 심했고, 민주화 이후 군의 폭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이 군대 폭력의 감소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의 형태가 2000년대 들어서며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80년대 군대 폭력은 개인이 집단을 처벌하는 구조였다.
선임병 한 명이 여러 후임을 앞에 세워놓은 채 훈계를 핑계 삼아 폭행하고 얼차려를 주었다. 그런데 최근의 양상은 여러 명의 선임병이 한 사람의 후임병을 구타하거나 왕따시키고, 심지어 그 후임병의 후임병에게도 그를 무시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의 대표적인 예가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야기했던 ‘기수열외’이다. 기수열외란 부대원들 사이에서 특정 병사를 후임병들이 선임 취급을 하지 않고, 선임병도 그 병사를 후임병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윤 일병 사건도 비슷한 경우이다. 한 명은 망을 보고, 한 명은 윤 일병을 잡고 있고, 한 명이 때리다가 지치면 교대한다. 윤 일병은 그렇게 여러 선임에게 돌아가며 구타를 당하다 죽어갔다.
★육군 병영생활 행동강령★
첫째,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
둘째,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및 가혹행위를 금지한다.
셋째, 폭언·욕설·인격모독 등 일체의 언어폭력을 금지한다.
넷째, 언어적·신체적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군기 위반 행위를 금지한다
무력해진 ‘병영생활 행동강령’
2000년대 들어 정부는 병영문화를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참여정부는 군대내 병사들 사이에 형성되는 ‘주종관계’를 방지하고 구타·가혹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이 담긴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참여정부의 강력한 병영문화 개선의지가 담겨 있는 <병영생활 행동강령>은 시행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실제 구타·가혹행위가 줄어드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부대 지휘관이 솔선해 나섰던 6군단에서는 강령을 부대지침으로 유지했고, 병영 생활습관은 물론 병사들의 언어습관까지 바꾼 결과, 전 군인이 사건·사고로 신음할 때도 이 부대만큼은 건강한 병영을 유지할 수있었다.
그런데 참여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한 군대’를 모토로 내세운 정부는 선후임 관계를 예전의 지시명령 통제 관계로 되돌렸고, 이로 인해 군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또 다시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난 8년 동안 우리 병영의 현실은 계속 악화되면서 우리 병영의 패러다임도 근본적으로 변했다.
과거 군대는 고문관이더라도 집단이 포용하는 ‘흡수하는 군대’였다면, 지금은 그런 관심병사를 수용할 수 없는 ‘구토형 군대’로 바뀐 것이다. 군대가 개인을 ‘구토’하는 이유는 더럽다, 공부 못한다, 굼뜨다, 인간관계가 미숙하다 등 다양하다. 이런 개인은 신격화된 집단의 규칙이나 가치를 위반하거나 모독하며 거저먹는 개인, 무임승차자(free-rider),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처벌된다. 전투원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높아져야 인권도 존중되고 병영문화도 선진화될 수 있지만, 우리 부대의 현실은 전반적으로 병사들의 생명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
“전투원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높아져야 인권도 존중되고 병영문화도 선진화될 수 있지만, 우리 부대의 현실은 전반적으로 병사들의 생명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습니다.”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그린캠프
그린캠프의 설치 목적은 관심병사의 상담과 치료이다. 그리고 정상으로 회복된 병사를 본래 있던 부대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그린캠프가 본래의 설치 목적대로 운영된다면 별다른 문제없이 병영 내 복지 시설로서 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린캠프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실제 상담과 치료 후 복귀라는 실질적인 개선 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그린캠프는 문제 있는 병사들을 한곳에 모아두는 ‘수용소’로 전락했고, 관심병사를 수용할 수 없는 ‘구토형 군대’에게 그린캠프는 이들을 추방하거나 제거하는 수단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린캠프를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연간 자살자가 100여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현역병 통과의례에 불과한 ‘징병검사’
2015년부터 징병검사가 ‘병역판정검사’로 이름이 바뀐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보다 정밀하게 징병검사를 하더라도 최종 병역판정 단계에서 현역 판정을 해버리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역 병력은 여전히 63만 명을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징집 인구 중 51%만 군대에 간 반면, 지금은 91%로 높아졌고 2022년이면 98%가 된다. 결국 외형적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다 군대에 가야할 형편이다. 현역 입대 후에는 훈련소나 보충대에서 다시 검사를 받고, 이때 문제가 발견되면 과감하게 귀가 시켜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들 기관에는 판정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간혹 재검 판정으로 돌아오는 자원이 있기는 하지만 나중에 다시 입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입대한
자원에게 계속 문제가 있다싶으면 그린캠프로 보낸다. 결국 이런 식의 야전은 병력 수급과 관리 측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점차 우리 군의 체질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적격 자원이 더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에서 이들을 수용하는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군에는 생활관보다 그린캠프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현재 국방부에서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 더 강화된 관리대책, 예컨대 상담사 직업성을 보장하고 그린캠프 운영을 보완하며 현역부적합 처리를 간소화하는 등 여러 가지 개선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병사들의 생명가치를 높여 인권이 존중되는 병영문화로 체질개선하지 않으면 국방개혁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군대 내에는 별도의 사법제도가 존재한다. 수사기관인 헌병대와 군 검찰, 그리고 군사법원이 있다. 군대 내 폭력 및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들 기관에서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해야 하는데, 이들 기관의 수사결과와 사법처리 결과는 상당한 불신과 의혹을 받고 있다.
구타·가혹행위의 적절한 처벌 불가능한 군 사법제도
한편, 군대 내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하면 최대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야 피해자의 억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군대에 이런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른다.
군대 내에는 별도의 사법제도가 존재한다. 수사기관인 헌병대와 군 검찰, 그리고 군사법원이 있다. 군대 내 폭력 및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들 기관에서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해야 하는데, 이들 기관의 수사결과와 사법처리 결과는 상당한 불신과 의혹을 받고 있다.
우선 군 수사기관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수사능력은 차치하더라도 수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군 수사관(헌병)은 군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헌병의 수사지휘는 직무상 상관이 한다. 헌병대장과 관할관인 소속 부대 지휘관에게 수사지휘를 받는 것이다. 군 내부의 수사가 처음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부대지휘관이 피의자 신분일 수 있는데, 이 경우 부하가 상관을 수
사하게 돼 객관적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체적으로 지휘관들은 장병들의 인권보다는 전투의 효율을 더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군 수사도 상대적으로 군 기강 유지를 통한 전력 극대화에 무게가 더 실릴 가능성이 높다.
군 검찰도 마찬가지이다. 검찰관도 국방부 소속 군인이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인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 판사도 검찰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군사법원의 경우 심판관제도로 인해 판사가 아닌 장교도 재판부에 참여할 수 있어 구타 사망사건 등 중요 재판에서 군사법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군 수사기관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군 수사기구를 관할관, 즉 지휘관의 통제로부터 분리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군 사법제도 역시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 및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전시와 평시를 구분해 평시에는 민간 검찰과 법원에서 주도적
으로 폭력 및 가혹행위 등의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고, 전시에 한해 군사법원을 인정하는 방안이다. 당장에 이런 방안의 수용이 어렵다면 군사법원에 민간 판사를 재판부에 합류시키거나, 군 판사를 지휘명령계통 밖에 두도록 하는 방안이다. 군검찰도 지휘권을 군이 아닌 검찰로 이관한다면 군 검찰의 독립성이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제도개선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우리 군 사법제도의 목적을 군대 내 폭행, 가혹행위 등 인권유린행위를 철저히 가려내고 처벌할 것인지, 군 기강 확립을 통한 전투력 극대화에 둘 것인지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국방 인권 옴부즈만 제도 도입 시급
군대 내 폭행 및 가혹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옴부즈만과 같은 중립적인 외부 기관에 의한 확인 및 통제절차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군대 내 폭력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영 생활 행동강령>과 같은 병 상호간 준수해야 할 금지행위를 구체화 하고, 그 내용을 법률적으로 정해야 한다. 또한 외부 전문가에 의한 군대 내 인권교육도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옴부즈만 제도는 이런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
이 제도는 특별한 청원기관으로서 군인의 인권과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다. 특히 이 제도는 국방부로부터 효율적인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회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질적인 군 옴부즈만 시행을 위해서는 각종 군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또한 시정할 사안에 대해 제안하고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군 옴부즈만이 국회 내에 설치된다면 궁극적으로 국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군대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며, 군대 내 폭력 및 가혹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고 선진적인 병영 문화를 창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마련한 권고안을 보면, 아직 미흡한 점이 눈에 띤다. 군 사법제도 개선을 말하지만 심판관 제도는 원칙적 폐지를 천명하고 있으며, 관할관 제도는 감경권 대상과 요건을 강화하는 선에서 매듭짓고 있다. 국방 인권 옴부즈만 제도는 국회가 아닌 정부(총리실)에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권고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근본문제 해결보다는 대증적인 처방이 대다수라는 인상이 짙다.
향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대한민국 군대의 병영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병사를 전쟁터의 소모품이 아닌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진정 국민으로서 군에 간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참고자료
1. <그 청년은 왜? 군대가서 돌아오지 못했나> 김종대·임태훈. 나무와 숲(2014)
2. <군대 내 구타 가혹행위 및 그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에 관한 연구> 이계수. 민주법학 제23호(2003)
3. <동아일보> 사설. 2014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