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일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습니다. 무려 70여 년에 이르는 장구한 정치 인생을 거치는 동안 우여곡절과 애증이 교차되는 여러 단면을 보인바 있었으나, 대체로 국민들은 그가 남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헌신을 기리며 애도 했습니다. ◆ 김순현 대표
YS의 업적을 되새겨보자면 가장 먼저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독재에 대한 강력한 저항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으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다시는 우리나라가 군부 쿠테타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비가역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제가 세운 중앙청 건물을 철거함으로써 민족정기를 세우고 역사 바로 세우기를 실천함으로써 ‘친 일’과 ‘쿠데타’의 개념을 확실히 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함으로써 군내의 요직을 대물림해서 독점하고, 12. 12 쿠데타의 실질적 수행자이기도 한 ‘정치군인’들을 퇴출 시켰다는 것도 있습니다.
대체로 YS는 ‘문민정부’라는 그가 이끌던 정부의 명칭처럼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군사쿠데타의 악몽으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는 커다란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도중 우리지역의 국회의원인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조문하는 얼굴이 TV속에 비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알다시피 황진하 사무총장은 육사 25기로써 3성 장군 출신의 정치인입니다. 그런 그가 YS가 해체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멤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나회’는 1951년, 4년제 육군 사관학교 첫 입학생 중 영남 출신 생도, 전두환 노태우 김복동 최성택 박병하 등 5명이 5성회를 조직한 것이 시초이라고 합니다. 이후 5성회는 회원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확대 개편 과정을 여러 번을 거듭해 ‘하나회’라는 군내 최대 사조직이 되었습니다. 하나회에 가입하기 위해서 가입 대상자는 보스에게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서약 절차를 거쳤다고 합니다.
?하나회의 선후배와 동료들에 의해 합의된 명령을 복종한다.
?하나회원 상호 간에 경쟁하지 않는다.
?이상의 서약을 위반할 시 '인격말살'을 감수한다.
거의 조폭 수준의 서약을 하고 그 조직에 가입하는 회원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하나회 회원들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보안사령부 내사과 등의 진급 담당 요직을 점거하여 승진이나 자리이동 때 선배가 후배를 추천하고 밀어주는 식으로 군내 주요 요직을 독점하였습니다. 그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는 동안 대다수의 군인들은 진급에서 밀리고 보직 경쟁에서 밀리는 아픔을 겪었던 것입니다. 정당하고 공정한 경쟁은 아예 없었던 것이고, ‘하나회’에 들어가는 순간 군에서의 출세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국가안보’라는 군인 고유의 임무보다는 선배들의 눈치를 눈치나 볼 수밖에요.
더군다나 통수권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하는 군인이, 선배의 명령에 복종하는 일종의 ‘사병’으로 전락해 그 선배들의 명령으로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는 주역이 되고 말았으니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총살을 당해도 무방한 죄를 저지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역 이후로도 온갖 특혜와 고위직을 차지하며 떵떵거리고 살았습니다. 이런 군인들을 믿고 먹이고 입히는데 세금을 낸 국민들이 한심할 뿐입니다. 그런 ‘하나회를 해체한 YS의 빈소에 조문을 한 육사 25기 출신의 하나회 조직원인 황진하 사무총장이나 조문을 받는 YS의 심경을 상상해보니 씁쓸함 뿐 입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과거 그의 ’하나회‘의 경력에 대해서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