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전 파주시장이 시장 재임 때 비서실 등을 통해 시 예산 수억 원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빼돌려 썼다는 한 언론사의 ‘의혹보도’가 파주시 자체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통신사 뉴시스의 보도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파주시가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재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재임 시절 비서실과 시정지원관 등을 통해 매달 수백만 원의 현금을 받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화분과 난을 보내는 등 모두 4억5000여만 원의 시 예산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의혹을 받아 왔다.
당시 회계담당 공무원들은 가족들의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현금을 조달했고 지인의 식당이나 상품판매점 등에서 시의 법인카드로 ‘카드깡’을 하거나 기관운영업무추진비와 현금결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시책추진비를 현금으로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3억 원이 넘는 시 예산을 빼돌려 이 전시장에게 전달 한 것으로 보도된 바가 있다.
이 전 시장은 대부분 매주 금요일 저녁에 현금을 요구해 받아갔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시장 비서실은 이 전 시장의 지시를 받아 시 경리팀을 거치지 않고 정치권과 수사기관, 경기도 등에 4600 여만 원 어치의 화분과 난을 외상으로 보내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꽃 값 변제로 고민을 하던 당시 경리팀장에게 전임자는 ‘청사 내 실내 조경사업을 하면서 수량을 늘려 외상값을 갚으라’는 등의 불법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감사결과 이 전 시장의 재임기간 중 청사 조경 시설물 유지관리비를 31차례에 걸쳐 8161만원을 P농원에 지급하면서 실제 물량보다 더 많이 산정해 3000 여만 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고, 당시 경리팀장은 P농원이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농원은 이 전 시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직원의 매형이 운영하는 업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교체되고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결국 담당 과장과 경리팀장은 꽃 값 2300만원, 마이너스 통장 빚 2500만원을 모두 본인들의 돈으로 변제 했다.
이 같은 일을 저지른 해당 직원은 시 감사에서 "비서실에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직접 요청이 왔고 또 말을 잘 안 들으면 진급도 어렵다고 협박성의 말을 하기도 했다"며 "예산 한도 내에서 격려금 명목으로 현금을 줄 수도 있었지만 시장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저지르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시정지원관을 했던 한 과장도 "시장의 요구에 따라서 시장에게 전달하거나 부서장들에게 주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단 사실관계가 파악된 만큼 어느 선까지 고발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법률상으로 배임 혐의는 인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횡령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관련 공무원들은 물론 이인재 전 시장도 고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무원들의 ‘카드깡’과 공금유용 사건이 불거지자 이재홍 시장도 곤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홍 시장은 취임 초기 ‘회계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바 있어 이미 기초적인 감사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임 시장과 공무원 조직이 광범위하게 연결돼 손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재홍 시장은 당시 관련 공무원들이 꽃값을 대납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을 때에도 더 이상의 처벌 없이 부서이동조치만 취했다.
그러나 또다시 광범위한 회계부정이 드러나고 있는 국면에서 이재홍 시장이 이 번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인재 전 시장은 페이스 북과 언론 지역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전혀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부인하며, 이재홍 현 시장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투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바가 있다.
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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