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파주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언론사가 파주시 공무원들이 공금을 횡령해서 전직 시장에게 갖다 바친 사실이 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무려 4억 원 가까운 돈을, 그것도 ‘카드깡’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말입니다.
대명천지에 파주시 공무원들이 조폭조직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한 일입니까?
그리고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이나 태도 또한 희한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사실이 있다고 보도한 언론사만 졸지에 바보 되고, 불법적으로 조성된 돈을 갖다가 쓴 자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가하면, 명색 언론 종사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돈의 조성 경위나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오히려 이런 사실들이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만 핏대를 세웁니다.
상식적으로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과정을 하나씩 짚어 보고 본질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언론에서 보도 된 대로 파주시 공무원들이 시민의 세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용을 했고, 그렇게 조성된 돈을 전직 시장에게 전달했는가 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하더라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증거는 많습니다. 불법적인 돈을 조성해서 전 시장에게 갖다 바친 공무원이 시인을 했고, 용처와 관계없이 전직 시장도 돈은 받아썼다고 시인을 했으니까요. 사실 이번 사안은 시청 내에서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떤 공무원은 ‘숨겨놓은 시장 돈’이라고 말하기 까지 했습니다.
과거 시장들의 재직 시에도 그런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와 이 번이 다른 점은 돈의 액수가 달랐다는 점이고, 과거에는 직능 모임이라든가, 또는 시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밥을 사면 시의 법인카드로 결제를 하는 형식이었던 것에 반해서 이 번에는 현금으로 조성해서 갖다 썼다는 점입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공적인 예산에서 현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카드깡’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조성된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돈을 쓴 전 시장 본인 외에는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시민들의 세금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둑질한 아주 악질적인 행위입니다. 이번 파주시의 사례와 비슷하게 공무원의 신분으로 공금 5억 2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횡령)로 기소가 된 전 공무원 모 씨는 횡령한 금액을 모두 변상했음에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돈을 갖다 쓴 전 시장의 태도입니다.
이인재 전 시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서 자신의 페이스 북에 입장을 밝힌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지역신문에 동일한 내용의 글을 기고라는 형태로 실었습니다. “음모 편 가르기 사라지고 화합과 포용 가득하길”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전 시장은 “결론적으로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며 자신의 관련을 부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번 사건이 터진 배경으로 이재홍 현 시장을 지목하며, 마치 이재홍 시장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기소가 되자 그 배후 세력으로 자신을 지목한 것이 아니냐며 이재홍 시장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군부대 위문, 재난발생시 기관위문, 각종 행사시 격려금 등으로 돈을 사용했고 사적으로는 돈을 쓰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주장’을 하니 일단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어떤 기관이든 예산을 사용할 때는 마땅히 쓰임새가 정해져있고 사용 후에는 엄격한 감사가 뒤따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입니다.
그런데도 회계 담당 공무원들이 몇 년에 걸쳐서 불법적인 ‘카드깡’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시장으로서 부하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이니 우선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했어야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갖다 바친 돈이 어떤 성격의 돈인지는 알고서 사용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공무원이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아무 돈이나 써도 되는 것입니까? 그리고 사용한 돈에 대해서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인 것이고, 이재홍 시장의 기소문제는 그것대로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일입니다. 본인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향후 5년 동안 출마도 못하는 처벌을 받은 처지에서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세 번째는 이재홍 시장의 우유부단한 태도입니다.
이번 공무원들의 공금유용 사건이 불거진 지 벌써 달포 가까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복마전을 두고도 시정을 책임진 시장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언제 벌어진 일이든지 간에 시민들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자신의 부하직원들이고 감싸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잘못이 아닙니다. 전자에도 지적했듯이 시민의 세금을 적극적으로 도둑질한 악질적인 사안입니다.
이재홍시장은 취임 초기에 불거졌던 전임 시장의 ‘꽃값 사건’에서도 해당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꽃값 사건’ 역시도 전직 시장의 과도한 꽃 선물로 인해 시가 빚을 지자 시의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 변상을 하기도 했는가하면, 꽃 납품업체에 시청의 공사를 주는 등의 특혜를 준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직 시장이 박주선이나 천정배, 등에게 화환을 보내는데 시민의 세금을 쓸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역시 마찬가지로 공금 유용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재홍 시장이 반드시 알아야할 것이 있습니다. 이재홍 시장은 기업체 사장이 아닙니다. 시의 예산은 시장 개인의 것이 아닌 시민의 것이고, 공무원이 시민의 돈을 유용하는 것은 중대한 죄입니다.
이런 중대한 죄에 대해서 사사로운 정에 끌려서 철저한 조차를 취하지 않거나 방조하는 것은 시장 자신도 공범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이재홍 시장은 그런 일들에 대해서 용서를 할 권한도 없는 신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다보니 전직 시장이 현직 시장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설레발을 치는가하면, 전직 시장의 공금유용 의혹의 배후가 현직 시장이라고 지목을 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시장이 신문지상에다 대놓고, 본인 재판이나 잘 받으라고 희롱하는 언사를 남발하는 현실은 이재홍 시장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네 번째로는 언론들의 보도 행태입니다.
한 언론사가 파주시 공무원들의 공금유용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후 몇몇 언론사에서 관련된 보도를 했습니다.
사실관계만을 보도한 언론이 있었는가하면, 대부분은 전 시장의 입장을 전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파주인’을 제외한 어느 지역 언론사도 이와 관련해서 깊이 있는 보도를 한 신문이 없었습니다. 아예 입을 닫고 있는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공금유용 사건이 어떻게 보도가 될 수 있었는지 이른바 ‘자료유출’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도 있습니다.
최소한 언론이 ‘정의’를 말하는 곳이라고 후하게 봐주더라도 이런 보도 행태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확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들이 왜 알려졌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인다면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공무원들은 그 자료가 어떻게 유출이 되었을까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면 처벌을 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또는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이 공무원들의 공금유용일까요. 아니면 자료유출 과정일까요.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에 때가 뭍었느니 어쩌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물론, 인간인지라 개인적 친소관계에 따라서 약간의 정이 뭍어 나는 것까지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질이 바뀌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이인재 전 시장이 기고문에서 ‘존경하는 파주시민’과 함께 매우 이례적으로 ‘언론인여러분!’을 특별히 언급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이상으로 파주시 공무원들의 공금유용 사건에 대해서 관련자들의 태도를 살펴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되돌아봤습니다.
이 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공무원들이 ‘카드깡’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시민들의 세금을 빼돌렸고, 전직 시장은 그 돈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했는지, 전직 시장이 압력을 행사해서 부득이하게 그런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조성된 돈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지를 밝히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본질을 두고 다른 소리를 주고받는 것은 한마디로 우수마발입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웬 손가락 타령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