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기포(割鬚棄袍)는 수염을 자르고 도포를 버린다는 뜻으로, 정신없이 황망히 도망가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삼국지에서 유명한 마초(馬超)가 아버지 마등(馬騰)의 원수를 갚고자 조조(曹操)를 치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마등은 조조를 제거하려고 연판장에 서명을 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전 발각으로 조조에게 참수를 당하였고, 마등의 아들 마초(馬超)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서량에서 군사를 일으켜 조조에 쳐들어갔다.
겁에 질려 도망가는 조조의 등 뒤에서 마초 군사가 소리쳤다. “붉은 전포를 입은 놈이 조조다!” 황급히 도망치던 조조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붉은 전포를 벗어 던지고 달아났다.
다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수염이 긴 놈이 조조다!”
조조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아 수염을 자른 후 도망쳤다.
또다시 고함소리가 그의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수염이 짧은 놈이 조조다!”
조조는 너무 놀라고 겁에 질린 나머지 엉겁결에 깃발을 찢어 목을 감싸고 달아났다.
이인재 전 파주시장이 재임기간 직원 친인척 차명계좌를 통해 4억 가까운 현금을 조성.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다는 문건이 사진과 함께 한 언론사에 의해 공개됐다. 문건에는 당시 경리팀장들이 관리하던 통장 입출금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 전 시장 부인의 시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함께 공개됐다.
이에 대해 이인재 전 시장은 "직접 현금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고 대부분 행사장에서 격려금 차원으로 비서팀이나 담당 과장 등이 현장에서 준 것을 건네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한다. 한마디로 직원들이 판단해서 직원들이 주라는 곳에 단순히 돈을 전달만 해줬을 뿐 본인은 책임질 일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7월 21일에는 이인재 전 파주시장이 지역의 한 신문사 소속 기자들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진행 중인 재판에서 본인의 검찰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검사가 제시한 진술조서를 이 전 시장이 “(도장은 맞지만) 서명 날인 부분이 내 글씨가 아니다”라며 고소인으로서 진술서를 작성한 바가 없다고 부인한 것이다.
검사가 당혹해하며 “그럼 검찰이 조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냐”며 반문하자 이 전 시장은 “고소 자체도 직원들이 하자고해서 했을 뿐 고소장 내용도 모른다”며 직원들 탓으로 돌렸다.
그의 책임전가 고질병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해 6.4 지방선거에서 공무원들에게 선거 관여를 지시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시장은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본인의 치적과 억울함만을 강조했을 뿐 직원들을 감싸 안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관련자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해 볼썽사나운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런 모습을 직접 지켜본 필자는 잠시 이런 상상을 했었다.
“재판장님! 부하 직원들이 무슨 잘 못이 있겠습니까? 저들은 단지 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죄밖에 없습니다. 충성이 죄가 된다면 제가 모두 안고 가겠습니다.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라며 모든 책임을 홀로 지고가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그러나 그는 파주시장으로서 최소한의 품격, 책무, 자존감을 부인했다.
근자에 들어서 저 혼자 살겠다고 자신의 붉은 전포를 벗어던지고 수염을 자르고 급기야 군영의 상징 깃발까지 찢어 목에 감싸고 도망치는 조조의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일본 수상의 몰염치(沒廉恥)한 교합(咬合), 여야정치권의 몰개념(沒槪念) 이합집산, 파주시 일부 공무원들의 몰상식(沒常識)한 일탈이 상상을 초월한다.
예수께서 시몬(Simon)을 향해 “새벽닭이 울기 전에 3번 나를 부인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지가 2016년을 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