갉아먹는 소리
장 종 국
잠 속에서 나를 갉아먹는 소리 들려요
꿈속에서 내가 갉아 먹히는 소리
머리맡 귀를 갉아먹는 소리도 함께요
시계가 잠꼬대하는 소리
창밖에 나뭇잎 갉아먹는 바람소리
나무들 상처를 벗어 놓고 떨고 있는 겨울밤
나뭇잎들 바람을 갉아먹고 떠나는 소리 들려요
시계의 잠꼬대소리에 날 밝는 소리 들려요
밤을 갉아먹고 붉게 달아오른 해를 두드려보아요
도처엔 벌거지투성이 나를 갉아먹는 소리 들려요
어제, 마을버스시간 기다리는 은행대합실
보지 않고 신문을 펴들고 연기하고 있는데
행원이 아는 체 인사하여 모르는 체 웃으니
갉아먹은 구멍을 메우라며 새해달력을 건네주기에
쇠못이 벽을 갉아먹고 누워있는 자리에 걸어놓았지요
도처에 숨어서 갉아먹는 벌레소리가 들려요
사랑도 갉아먹어 치운 다지요
'무서워요’
무엇이던지 갉아먹는 그것이 보이지 않아요
프로필
78<들꽃>으로 데뷔.
시집; 들꽃(78), 낮잠을 즐기는 가을 햇살(96), 사랑을 사랑이 사랑은(02)
날마다 허물고 짓는 집(09)
中國語詩集; 詩人과 孤島(04)
<경의선문학>편집인 및 주간, 칼럼니스트
경기도문학상 외 다수
asistc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