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소리벌레(蚊)
장 종 국
벌레(?)와 글(文)이 접한
글 읽는 벌레(蚊)소리 귓전에서 읊어댄다
선비는 그늘에 책을 말리고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 지나
마당 한쪽에 대자리 깔고 누우니
비구름 말리는 하늘에 엷은 구름이 말리고
물리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더위껍질은 두껍다
노출된 종아리가 따갑고 가렵다 손자국에
핏물이 번지고 핏자국에 손자국이 벌겋다
처서 지나 입 비뚤어지지 않은 글소리벌레
옛말을 뒷전에 두고 귓전이 시끄럽다
귓전에서 울부짖는 피맺힌 절규가
인연의 고백인 줄 모르고 때려서 쫓아버린
때늦은 우둔함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피 맺힌 소리가 찬바람에 묻히는 계절의 언덕에서
피 묻은 소리를 찬바람에 녹이는 계절의 문턱에서
피를 나눈 한 핏줄임을 알리려는 애절한 하소연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멀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