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가진 가치 통해
파주 이미지 끌어 올려야”
KLPGA 매경오픈 우승 뒤로하고
지도자의 길 걷는 파주 출신 프로골퍼 이가나
이가나의 새 명함 ‘일산 SI골프클럽 총괄 운영본부장
2004년 프로에 진출 한 뒤 정기투어 4게임 만에 KLPGA ‘제1회 로드랜드컵 매경 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이가나 선수(29. 파주시 문산읍 두산위브아파트).
그녀가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10년 전인 2005년이다. 이대회 우승 후 인터뷰를 위해 이가나 선수가 살고 있던 조리읍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던 적이 있다.
10년이 지난 그의 근황이 궁금해 본 기자의 학교 2년 선배인 이가나 선수의 아버지를 통해 새해 1월 8일 그를 만났다. 고교를 갓 졸업한 19살에 만났던 기억의 그녀는 나이 30을 바라보는 골프클럽의 운영자로 변해 있었다.
그는 현재 SI골프클럽(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의 운영본부장이다. 이곳은 ‘세일정기스포츠사업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총괄운영을 맡고 있다고 했다.
스크린 골프룸 25개, 스크린 타석 연습장 8개, 스윙분석 스튜디오 1개, 강의실 겸 카페 등을 갖춘 최신 시설로 국내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173cm의 늘씬한 키에 혈액형 O형의 활발한 성격을 지닌 그녀는 지난 10년간의 굴곡 많았던 시간들을 풀어놨다.
intervew · 사진 김준회 기자
우승 이후 에이전시 사기 계약과 부상 겹쳐 슬럼프 빠져
현재 미LPGA와 K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서희경, 홍란선수 등과 친구로 한때 함께 운동했던 이가나 선수는 우승이후 각종 대회에서 그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 후배로, 또 선배 자녀로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의 속사정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슬럼프에 빠져 그저 잊혀 져 가는 선수’ 정도로만 여기고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그녀는 이 대회 우승 후 당시 시작 단계에 있던 골프 에이전시와의 사기성 계약과 손목부상으로 큰 슬럼프에 빠지며 골프계를 잠시 떠나 있어야 했다.
“우승 이후에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당시 코치도 바꿨고, 골프에이전트가 생겨나기 시작한 때였어요. 쉽게 말해 사기계약을 당한 거죠. 에이전시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시스템이 제도화된 회사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피해를 많이 봤어요.”
이가나 선수는 이후 당시의 안 좋은 기억을 떠 올리며 에이전트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학교도 스포츠경영학과를 택했다.
“당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손목 부상도 왔고요. 그립을 못 잡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스윙도 변경돼서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죠. 집안 사정도 급격히 안 좋아져서 돈을 벌어야 돼는 상황에 처하면서 아카데미를 했습니다. 복귀 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잘 안 됐죠.”
그러던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우연한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 회사에 소속 선수 겸 코치를 맡았다. “미국에 처음 갔는데 체계적인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너무 다른 거예요. 충격이었습니다. 스포츠 산업이 엄청 크다는 것도 그때 새롭게 느꼈죠.”
3년 간 미국에서 생활했다. 그곳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귀국, 단국대학 스포츠경영학과에 입학했다.
6학년 때 골프 시작, 수원 오가며 살인적 훈련 소화
그녀는 파주 봉일천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처음부터 골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테니스를 해서 6학년 1학기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골프는 2학기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뒤 매일 학교 인근에 있는 ‘통일로골프장’에서 연습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수원으로 왕복 6시간을 오가며 레슨을 받는 등 힘든 훈련을 소화해 냈다.
집에 오면 12시가 된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운동하기를 매일 반복하며 레슨과 개인운동을 병행하는 살인적인 훈련을 극복해 냈다.
이렇게 강훈을 거치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중고연맹 주니어대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당시 파주에 골프팀이 없어 수원과 용인 골프 팀에 합류해 대회에 나갔다.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2등만 2번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분당중앙고등학교로 진학해 그때부터 엘리트 선수 수업을 받았다. 당시는 초등학생부터 공부를 안 시키고 골프만치게 하던 때였다. 하지만 그녀는 고등학교 때 운동과 학교 공부를 병행했다. 그는 이때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한다.
수석으로 세미프로 거쳐 프로에 뛰어 들었다
고 1때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그는 이곳에서 일과 연습을 함께 하며 수석으로 세미프로페셔널(Semi-professional)을 거쳐 프로에 뛰어들었다.
세미프로에 입문하곤 분당 중앙고등학교에서 고향인 문산여고로 전학해 그곳에서 졸업했다.
그리고 2005년 9월 제주에서 열린 ‘제1회 로드랜드컵 매경 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프로데뷔 4번째 정기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깜짝 스타가 됐다.
그는 이 대회에서 홀인원까지 기록하며 부상으로 벤츠승용차까지 선물로 받는 겹경사를 맞았었다.
그녀는 지난해 이곳 SI골프클럽에서 총괄운영 본부장을 맡으면서 운영과 선수들 레슨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면서 컨설팅과 에이전시도 하고 있다. 자신이 전에 겪었던 안 좋았던 기억들을 지금 본인이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사기계약으로 인한 기억 때문에 컨설팅과 에이전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실력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스포츠마케팅과 에이전시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힘쓸 겁니다. 우리나라는 잘 치는 선수만 계약하지만 외국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칩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합니다”
이가나 선수는 잠시 중국과 캐나다 투어도 했다. “중국과 캐나다를 다녀와서 느낀 것이 골프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지금 제2의 도약기라고 생각합니다. 이곳 골프클럽에서 새로운 프로세계를 시작하는 것이죠. 지도자의 길이요”
그녀는 중국을 스포츠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단기적으로 스포츠교육시설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운동만과 공부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얼마 전 스포츠에듀케이션에 관심 있는 분을 만났어요. 운동과 공부 모두 잘 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죠. 옛날처럼 하나만 해서는 안 되는 시대입니다. 결국 에이전시입니다.”
파주, 운동의 변화와 운동전문 행정가 필요한 시기 왔다.
그녀는 파주의 변화에 대해 큰 관심도 갖고 있었다.
“파주가 운동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골프장도 많고 연습장도 많고, 학교에 골프부도 있고, 그런데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없습니다.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이런 게 안타깝죠.”
그녀는 또 파주에 스포츠 행정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솔직히 현재로서는 큰 생각은 안 갖고 있는데, 또 의무감을 갖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파주에서 선수발굴과 지도를 하고 싶어요. 외국에서 생각하는 유소년들에 대한 정책과 현재의 우리나라는 너무 다릅니다. 파주가 환경이 너무 좋아 그런 훌륭한 유소년들 나올 수 있어요.”
아버지 이대희씨(55)는 “신지애 선수와 나비만으로 함평 시골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었잖아요?. 고양시도 장미란 선수를 소속 선수로 영입해 스포츠마케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고요. 파주도 체계적인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여건상 그들 도시 보다 더 훌륭한 선수를 키워낼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복학해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스포츠가 가진 가치를 통해서 파주의 도시와 기업을 이미지화 해 벨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