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뫼 박물관
마을 입구에서 산 아래까지 10리 길. 명주실처럼 길게 놓인 길을 따라 농가가 있고, 양 쪽으로는 산이 있는 동네에 <두루뫼박물관>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이곳에 마을이 생기기 전에는 골짜기였으리라 생각되는 그곳은 이름도 예쁜 ‘초리골’이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앞동산과 뒷동산이 마을을 고즈넉이 품고 있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마을에 들어서 중간 쯤 가면, 산 아래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에 세워진 박물관 외관이 보인다. 뒷산의 풍광과 잘 어우러지는 박물관 정면 넓은 벽에는 세 개의 각기 다른 도자기 모양의 부조가 붙어 있어 이곳이 박물관임을 금방 알 수 있게 한다.
두루뫼 박물관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와 근세의 생활용품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는 파주시 최초의 사립 생활사박물관이다. 현대화 물결에 밀려 옛것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설립자 강위수선생이, 수십 년 간 모아 온 6000여점의 민속생활용품을 전시할 공간으로 1998년 11월에 부인 김애영관장과 함께 파주시 법원읍에 설립하였다. 산이 둘러 있다는 뜻을 지닌 두루뫼는 강위수선생이 유년기를 보낸 고향마을로 지금은 갈 수 없는 비무장지대에 있다.
강위수선생은 소설가이며 방송드라마 작가이고, 수십여 년 동안 농협에서 수많은 농촌 교육용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제작, 감독한 영화인이며 사진작가로서도 명성을 날리는 종합 예술가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민속생활용품의 대부분은 영화 촬영차 방문했던 농촌에서부터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애영관장은 지난 6월 30일 한국박물관협회로부터 ‘제 17회 2014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수상하였다. 17년 동안 온 정열을 다 바쳐 전시물품을 연구 보존하였고, 박물관을 잘 운영 해 영예의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김애영 관장은 사진작가이기도하여,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 제 5전시실에 ‘세계 문명 탐사전’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제 박물관전시실을 둘러보자.
제 1전시실에는 원삼국시대의 적색토기, 삼국시대의 회색토기, 고려청자, 조선분청사기와 백자, 옹기 등 의식주 생활용품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을 둘러보다가 그 중에서 손잡이가 있는 작은 토기 한 점을 발견했다. 작고 찌그러져 볼품없는 토기가 유난히 눈에 띈 것은 언젠가 강위수선생에게 들은 적이 있기도 한데다 작품 앞에 ‘신라 어린이의 유작’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아도 토기장이가 만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 작품은 선생이 특별히 애착을 갖는 작품이라고 했다. 친구도 없고 놀 거리도 없어 심심한 아이는 아버지가 토기를 빚는 옆에서 흙장난을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귀여운 아이가 주물러 만든 걸 다른 토기와 같이 가마에 넣어 구웠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가이기에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재미있다.
제 2전시실은 기획 전시실로 매년 내용을 달리 하여 기획 전시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고향과의 만남’ ‘목화와 볏짚 이야기’ ‘아낙네의 일터’ ‘안녕 아날로그 시대여’ ‘글자들의 세상’ 등 여러 번의 전시를 하였다. 기획전시는 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어릴 적의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기게 하고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2014년의 기획전시는 <나무는 우리에게>란 제목으로 8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전시된다.
제 3전시실은 탈 전시실로 각종 꼭두각시와 지역별 여러 종류의 탈과 세계 여러 나라의 탈들이 있다. 인간은 왜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익명성을 보장받는 탈을 쓰고 놀았을까. 지구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인종들이 각기 자기들의 문명대로 탈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인간은 때로 누구나 자신을 감추고 싶은 속성이 있는가 보다. 이곳에서는 세계의 탈을 서로 비교해 보기도 하고, 탈을 쓰고 놀던 옛 사람들의 문화를 엿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 4전시실은 근세생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50, 60대 이상 연령의 사람들이라면 어렸을 때 한 번 쯤 보았거나 사용해 봤을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엌에서 쓰던 용구, 됫박이나 저울 등 계량 용구, 목공용구, 직조용구, 조명용구와 짚신과 고무신 등 각종 신발이 있다. 이곳을 둘러보면 어릴 적 추억에 잠길 법하다.
제 5 테마전시실은 70년대 전후에 사용하였던 카메라, 영사기, 영화대본 등, 영상문학 관련 전시물과 6.25 후 살길이 막막했던 어머니들이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웠던 재봉틀이 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LP 음반과 타자기가 있다. 기증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한 쪽 벽면에 김애영관장의 사진 작품 <세계문명 탐사전> -나일강에서 황하우루밤바강 유역까지-가 전시되어 있어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누렇게 변색된 영화대본은 10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던 강위수선생이 영화촬영을 위해 쓴 작품이다. 지금은 중견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된 배우들이 젊은 시절 출연했던 작품들이다. 두루뫼 박물관에서 시 낭송회나 음악회 등, 행사가 있을 때 참석해 보면 그때의 영화배우들이 지체 없이 달려와서 행사를 빛내주는 걸 볼 수 있다.
테마 전시실 뒷문을 나와 몇 계단 오르면 굿당을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고, 그 아래로는 마을에서 외지고 으슥한 곳에 있던 상엿집이 있다. 상엿집 안에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싣고 장지로 운구하는 상여가 들어 있다.
제 6전시실은 농경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지금은 현대화 되어 사용하지 않는 오래 된 농기구들이 있다. 파종할 때 사용하는 농기구, 경작용, 수확용, 도정할 때 사용하는 농기구, 축산용구, 짚공예품 등, 근현대의 농경사회에서 사용하던 농기구를 전시하고 있다.
제 7전시실엔 다듬이돌과 다듬이방망이가 여러 개 전시되어 있어서 ‘뚜다닥, 뚜다닥’ 리듬에 맞춰 다듬이질을 직접 해 볼 수 있고, 전통악기인 장구와 북을 쳐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너른 야외 전시장에는 마을의 안녕을 지키던 장승과 솟대가 세워져 있다. 그 주위에는 방앗간, 대장간, 헛간, 너와집, 원두막, 장독대, 토담, 사립문, 터주가리, 서낭당, 솟대, 등을 재현해 놓았다. 박물관에서는 년 1, 2회 특별전시회를 비롯~ 스웨덴 특별교류전, 시낭송회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평생학습을 위한 행사를 하고 있다. 8월 30일일부터 10월 말까지 2014년 하반기 기획전으로 [나무는 우리에게]란 주제의 전시회를 연다. 그 밖에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콩주머니 던지기, 똬리 이어보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부루마블 만들기, 펌프질 해보기, 새끼줄 넘기 등이 있고 벼농사체험(벼 훑기, 매통돌리기, 키질, 새끼꼬기) 탈 꾸미기 등 그 외에 여러 가지가 있다.
이곳의 유물은 예전에 우리의 생활 주변에 널려 있어 방학에 외가집에 가면 늘 보던 것이다. 이다. 시골집 헛간이나 초가지붕 처마 밑에 걸려있던 망태기, 집 바깥 뒷간 옆에 놓여 있던 똥장군,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 막사발은 마당 한 쪽에서 나딩굴며 개 밥그릇이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찮게 취급받던 물건들이 오래 시간이 지나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으니, 이제는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 생각한다.
전시실을 돌아보는데, 아빠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생이 있다. 아빠가 작품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설명을 해 주는데 아이는 묻기도 하고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열심히 듣고, 엄마는 아빠와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 뒤를 따른다. 여름방학이라고 바다로, 캠핑장으로 모두들 놀러 가는데 자녀를 박물관에 데려 온 젊은 부부가 멋있어 보이고, 부모를 따라 온 아이가 기특했다. ‘넌 좋은 아빠 엄마가 있어서 행복하겠다.’ 라는 칭찬의 말이 절로 나온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서 파주까지 왔다는 그들은 멀리 동두천에서 왔다고 한다. 요즘은 자녀를 데리고 역사 유적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인성교육을 하는 부모들의 자녀교육은 자녀를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될 거라 생각된다.
멀리 가지 않아도 파주에 이렇게 좋은 박물관이 있으니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 보면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박물관 밖 비탈진 곳에 국화가 지천이다. 이제 곧 가을이 오고 국화꽃이 만발하면, 은은한 향기가 고즈넉한 초리골 골짜기에 퍼져 두루뫼 박물관은 더욱 고풍스러운 자태를 보일 것이다.
입장료 : 성 인 5000원 단체 4000원 (30인 이상)
청소년 4000원 3000원
어린이 3000원 2000원
경노/장애인/군경/유공자 4000원 3500원
* 파주시민(개인) 500원 할인
주소 :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초리골길 278
전화 : 031) 958-6101~2
박물관 홈페이지 주소 http://www.durumea.org
오순희 프로필
1998년 한국수필 등단
2003년 수필집 <그대에게 노란 장미를> 출간
2011~현재 경기도해설사회지 편집 위원장
파주향토문화연구소 연구원
한국문인협회회원, 파주문학회회원, 한국수필작가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