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아트밸리 (1)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파주를 일러 문향의 고장이라고 한다. 옛 시인들이 파주의 수려한 산하를 보고, 임진강을 건너며 읊은 수많은 싯귀가 남아 있고, 성리학자로 역사에 그 이름이 길이 빛나는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고장이다. 그러나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파주는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전쟁의 상흔으로 오랫동안 그 실체를 잃고 그동안 기지촌이란 오명으로 지내야 했다. 그랬던 곳에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이 들어섰다. 이제야말로 헤이리 예술마을과 출판도시가 있어 파주는 문향의 고장으로서의 명실상부한 이름을 되찾았고, 전시나 공연을 보러 서울로 다녀야 했던 불편함에서 벗어나 가까운 헤이리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헤이리는~
연간 120만 명이 찾아오는 ‘헤이리’는 예술인들이 꿈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지향한다. ‘헤이리’는 파주지역에서 부르는 농요(헤이리 소리)의 후렴구 “헤이헤이헤이리요.”에서 따온 아름다운 언어로, 그 역시 전통 문화예술을 추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마을의 시작은, 뜻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1998년 조합을 결성하고, 2002부터 미술가, 음악가, 작가, 건축가들이 15만평의 부지에 주거공간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공연장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애초에 헤이리 마을의 지향점은 공동체의 목표와 개인의 자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마을로, 작가들의 창조적 작업을 통해 국내외 문화예술 콘텐츠의 생산과 집산의 새로운 메카가 되는 것이었다. 그로인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순수한 정신과 이상을 바탕으로 실험적 공동체를 만들어 문화예술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뒷받침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은 상당부분 성공하여 현재 헤이리에는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문화 예술 마을로 자리매김한 헤이리는 인사동, 대학로에 이어 지난 2009년, 문화지구로 선정되었다.
헤이리가 파주시에 자리를 정한 것은 앞으로 통일을 겨냥하여 지정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자유와 평화’를 예술로 승화시키기에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리를 잘린 한반도의 서부에 위치한 파주는 인천공항이 가까이에 있어서 문화예술의 국제적 교류에 편리하고, 통일 된 대한민국에서 남북 문화예술인들이 교류하기에도 적합한 장소로 꼽을 수 있다.
헤이리의 독특한 건축물과 마을 구성
헤이리는 문화예술의 생산, 전시, 판매, 거주가 함께하는 통합적인 개념의 특수 공동체 마을로, 저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독특한 구조와 형태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화 시설과 주거를 결합한 편리한 집들은 마치 건축 전시장을 보는 듯 다양하다. 획일적이지 않아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건축물은, 주말이면 건축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연구와 학습을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건물의 높이는 자연의 스카이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3층 이하로만 지어져, 이곳에서는 어느 건물 아래 서 있어도 가려지지 않은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다.
헤이리는 산과 내와 늪지까지 자연 지형을 그대로 두고 마을을 조성하여, 걷는 마을 개념으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곡선형 길이어서 직선구간이 없는 도로가 특징이다. 그리고 마을 위쪽 산 아래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는 새로 조성된 마을로써의 헤이리 이미지만이 아니라 오래 된 마을의 정서를 담고 있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을 중심에 있는 자연 늪지에 데크를 설치하여 걸을 수 있게 하였고, 늪지 바로 옆에 야외공연장을 두었다. 또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마을로 마을 중앙을 가로 질러 흐르는 자연개천에서는 수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벌 나비와 풀벌레들이 날아다닌다. 지형에 따라 10M~20m 폭으로 경사진 개천 위에는 5개의 다리가 있는데, 다리의 설계는 현상 공모하여 각기 건립된 것으로 예술적 조형미가 빼어나 헤이리의 건축과 잘 어우러진다. 다리 위에서 야외 촬영을 하고 있는 신랑신부의 모습도 다리의 일부분으로 녹아 든 듯, 한 폭의 풍경화가 되고 있다.
헤이리 마을을 가로 지르는 것은 개천만이 아니다. 갈대광장 앞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는 마을 아래쪽까지 계속 이어져 있는데, 두 사람이 걷기에 편안하고 양쪽으로는 나무를 심어 그늘지게 한 것이 더운 여름이라도 시원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어 'Eco Healing Road'라 는 호칭에 손색이 없다. 걷다 보면 길 중간 중간, 가슴에 스며드는 수십 개의 글귀를 써 놓아 서정의 샘이 저절로 솟아난다. 그 길의 이름은 <마음이 닿길>이다. 이렇게 어여쁜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시인이 아니어도 시가 절로 나올 것 같고, 화가가 아니어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게 한다. 여기서는 산책로조차도 예술이다.
헤이리의 축제
헤이리의 축제는 현대인들의 속도지상주의를 성찰하고 느림의 미학인 슬로아트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짐을 축제의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다양한 미술전시를 위한 국내외 ‘갤러리 연합전’, ‘헤이리 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비롯하여 ‘국제 판화전’‘이 열리고 건축전시회’, ‘예나들이’ 등, 해마다 갖가지 행사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명훈 정명화의 연주회와 김중만 사진전도 있었고, ‘헤이리 봄 예술축제’와 ‘판 아트 페스티벌(Pan Art Festival)’이 해마다 열린다. 판은 윷판, 씨름판 등을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로, 예술로 ‘판’을 벌여,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전래되는 마당놀이와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판의 축제는 헤이리가 우리의 것을 실천하고 지켜 나가는 전통 예술의 확장의 장이라 할 수 있겠다.
‘판 아트 페스티벌’은 클래식 연주회와 더불어 시각 예술의 향연도 벌여, 헤이리의 대표적인 공간인 갤러리를 위주로 다양한 행사를 한다. 작가의 공방을 무료로 개방하고 작가가 작품을 시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오픈스튜디오와, 갤러리 연합전, 박물관체험과 미술관체험, 금속공예전, ArtRoad 77, 미술협회&사진협회 전시회 등 풍성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경기도 유일의 아트페어인 ArtRoad 77은 현대 미술의 전 장르를 수용하고 있으며 사업의 수익금은 국제아동권리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되는 뜻 깊은 행사라고 한다. 더욱이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파주 시민이 함께 참여하여 어울릴 수 있는 축제는 그래서 더욱 신명이 난다.
헤이리 건축현황은 전체 완료시 320채로 현재 입주현황은 200여 채가 완공되어 회원들이 살고 있다. 헤이리의 건축은 계속 진행 중이며, 문화 예술 또한 발전을 위한 진행형이다.
헤이리 찾아오는 길
대중교통: 2200번(좌석버스) 합정역 2번 출구 앞- 출판단지- 헤이리- 파주 맥금동
900번(시내버스) 통일동산전망대- 헤이리- 영어마을- 파주아울렛- 맥금동- 대화역
헤이리 홈페이지- http://www.heyri.net
* 250여개에 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작업공간, 박물관, 갤러리, 판매장, 등, 먹고 마시고 쉬는 공간은 지면을 많이 차지 해 다음 달에 이어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