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11 선거의 의미와 농협개혁
-우리는 왜 이 선거를 주목해야 하는가?-
최 양 부
사) 바른협동조합실천운동본부 이사장
3.11선거의 의미-농협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계기
농. 어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농. 축협의 관계자들이라면 2015년 3월 11일 선거가 무슨 선거인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날은 전국에 있는 농협, 축협, 원협, 인삼협, 수협, 산림조합, 모든 조합장들을 일제히 뽑는 ‘동시조합장선거의 날’이다.
현재 우리나라 시. 군. 구 읍. 면 지역에 있는 농. 축협 등의 조합을 모두 합해 보면 대략 1400여개가 된다. 그 가운데 농. 축협만 따져도 1165개 이다.
그렇지만 3.11 선거에 대해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까지 농협, 축협 등의 선거는 그야말로 알려지지 않는 ‘그들끼리의 동네선거’였는데 적어도 이제부터는 농협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킬 수 공개된 선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농협의 현실과 농협개혁과제 등을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선거에서 농협조합장을 뽑는다는 것은 단순하게 조합의 책임자를 뽑는다는 차원을 넘어 시. 군. 구와 읍. 면의 지역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제CEO을 뽑는 선거라는 사실인식이 필요하다.
지역 농협조합들의 평균적인 경제사업 규모가 1년에 대략 291억 원이 되고, 조합 당 총자산이 약 244억 원이다. 지역농협 전체가 운용하는 예수금과 대출금의 평잔을 합치면 약 290조원이 된다. 그러기에 지금 농협은 어려운 농어민들의 조그마한 조합이 아니라 중소기업이상의 되는 경제사업체를 책임지는 운영책임자를 조합원들이 투표로 뽑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조합장의 선출이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농민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들만의 동네선거로 방치되어 왔었다. 농협은 농촌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사업체이고, 나라경제에도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거대한 조직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심 밖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어 온 것이다. 이제는 이런 사실부터가 사회적으로 알려질 때가 된 것 이다.
이 번 전국동시 일제선거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지역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조합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조합원인 농어업인과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관심을 촉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농업발전이나 농민복지증진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출세 기반으로 조합장직을 이용하려는 지역 정치꾼이나 지역유지들이 조합장 선거를 좌지우지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의 ‘적당히 조용한’ 폐쇄적인 선거에서 벗어나서 이번에는 조합장을 제대로 뽑자, 농어업인을 위해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을 조합장으로 뽑아보자라는 사회 캠페인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역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사실 지역사회에서 조합장직만한 알짜 자리가 없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대부분 평균 억대 연봉을 받고, 조합장 판공비가 아무리 적은 조합도 년 간 3~4억, 보통은 7~8억을 넘으며, 심지어 서울 등과 같은 대도시에 소재한 도시농협의 조합장들은 판공비가 연간 몇 십억이 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로 점철이 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사건들이 터져 나와도 대부분 그냥 묻혀버린다.
몇 해 전 어느 지역에서 있었던 조합장 선거의 경우 후보자들이 전부 돈 봉투를 돌려서 조합원마다 후보자들 봉투 서너 개를 받아 들고 있다가 당선인 것만 받고 나머지는 돌려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조합장 선거에서 돈 선거는 국내의 전 조합에 만연되어 있다. 이번 동시선거는 돈 선거 추방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 하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 농협이나 축협, 이런 협동조합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조합장을 제대로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선거권을 가진 지역의 농어업인 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용기 있는 투표를 통한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이해시키고 촉구하는 것이다.
바른 협동조합이란?
그렇다면 우리 농. 축협은 어떠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가? 농. 축협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협동조합 그 자체에 대한 예비적 지식이 필요하다.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만 놓고 보면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올바른 협동조합에 대한 레퍼런스가 있어야 그걸 기준으로 해서 우리 농협과 축협, 또는 수협이나 임협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협동조합에 대한 정의는 1995년도에 세계협동조합연맹(ICA)이 창설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처음으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대한 성명서’라는 이름으로 ICA는 협동조합의 정의와 협동조합의 사회적 윤리적 가치, 그리고 경영의 7원칙을 정리하여 발표 했다. 이후 ICA 성명서는 세계의 모든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인들이 지키고 실천해야 할 바른 협동조합에 대한 모범답안이 되었다.
협동조합이란 무언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만든 조직체입니다. 사람들의 인적 결합체, 결사체인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사업체, 경제적 결사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1차적으로 경제적 목표가 이루어지면서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조합원과 이웃과 사회를 향하여 나눔과 협동의 활동을 확대시켜 나가게 된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결사체이고 한편으로는 사업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구좌를 만들어서 출자금을 각자 일정금액 납부하고, 부족한 것은 외부로부터 차입을 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의 모든 의사결정은 출자한 돈의 액수에 관계없이 머릿수대로 1인 1표로 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조합원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과 양보를 통해 민주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실천하는 사업조직이기도 합니다. 이사회에서 이사회의 의장을 선출하는데 의장은 조합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조합장이 되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이사장 또는 조합장은 의장자격으로써 이사회를 관장하고 동시에 조합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 한다.
우리나라처럼 조합장을 별도로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는 구조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칙상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대의원이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대의원 총회가 있는데 대의원 총회 의장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독립된 의회기구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합장이 대의원회 의장을 겸임하고 임직원도 조합장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사실상의 조합장 독재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협동조합적인 민주적 조직이라기보다는 상호견제와 감시, 감독 이런 협력체계가 있을 뿐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사회나 임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 총회에서 하기 때문에 대의원 총회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 말고도 협동조합 임직원과 조합원에 대한 교육의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대의원회에서 조합의 정체성을 유지시키고 전체 조합원과 임직원이 알아야 할 우리 조합의 모든 문제들을 교육해서 인재를 양성시키고 미래 리더와 대의원을 양성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각 조합들은 교육. 훈련비를 책정하고 있지만 본연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은 협동조합 자체 속에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가치 등의 근대적 시민자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경쟁적 약탈적 자본주의가 아닌 나눔과 돌봄이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협동조합을 통해서 서구사회는 자치와 민주주의가 계속해서 훈련되고 교육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20~40%까지가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선진국들이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밑바탕에서 제도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것은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국면을 통해서 협동조합이 갖는 의미들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며, 농민 조합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