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아트밸리 (2)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헤이리는 보아야 할 곳이 무진장한 곳이다. 지난달에는 헤이리를 전반적인 개괄로 다루었고, 이번엔 개별적 문화예술의 장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250여개에 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작업 공간, 박물관, 갤러리, 판매장, 등, 먹고 마시고 쉬는 공간을 다 취재 할 수도 없었거니와 한정된 지면에 다 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지난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고, 여름이 다가오는 6월이 되어도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계속 되었는데, 헤이리에 가던 날은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걸 모르고 하필 비 오는 날 5시에 가서 사진을 몇 장 못 찍고 와, 며칠 후 다시 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취재 과정에서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이경형 전 이사장님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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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의 예술과 문화
헤이리 마을에 가면 우선 8번과 9번 출입구 중간의 마을 주변 도로변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사무실)에 들러 헤이리 전체 지도를 구해 펴 놓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해 움직이면 편리하다. 효율적으로 헤이리를 즐기려면 테마를 정해 그림 감상은 갤러리 중심으로 찾아가면 되고, 아이들과 신나는 체험을 즐기려면 체험장 위주로 보고, 각종 아트상품이나 예쁜 그릇, 캐릭터상품을 사려면 아트? 위주로 돌아다니면 된다. 종합예술마을이라 규모가 커서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하루에 다 돌아보기도 어렵다. 그러니 만큼 헤이리에 와서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천천히 걸으며 문화예술을 즐겨 보는 게 좋겠다.
출입구는 헤이리 마을을 빙 둘러 1게이트부터 9게이트까지 있고, 마을은 구역별로 느티마을, 솔마을, 벚나무골, 은행마을, 창포마을, 밤나무골, 참나무골, 더 스텝(The step) 등 8개로 나뉜다. 헤이리의 공간들은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 공연소극장, 아트?, 서점,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카페, 음악홀, 연극관까지 예술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있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카페와 겸하여 있고, 음악 홀이나 공연장에도 카페가 있어 각종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더불어 쉬어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화 예술의 공연 공간으로 음악, 연극, 무용, 전통예술 등의 무대예술을 위한 전용공연장과 다목적 공연장, 야외 공연장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연중 다양한 문화예술축제가 열리는데, 장르별 또는 종합적이고 국제적인 '축제'에서부터 계절이벤트, 주말이벤트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볼거리가 있다. 헤이리는 하나의 큰 문화예술학교 역할을 담당하여 미술과 영화, 음악 등 각종 창작교육 등 어린이들에게 체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곳으로, 문화와 예술, 학문과 사상을 토론하거나 담론하는 강좌 또는 세미나가 열리기도 하며, 헤이리 작가들이 직접 만든 문화예술품과 수준 높은 작품들이 판매되는 고급 문화예술시장이기도 하다.
테마 별 전시장
박물관 갤러리 공방 아트? 등, 그 많은 곳을 다 실을 수 없어 방문하여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곳만을 소개할 수밖에 없겠다.
<북 하우스> 헤이리에서 유명한 곳 중 하나가 ‘북 하우스’이다. 북하우스는 책이 좋아 헤이리에 올 때 마다 꼭 들르는 곳이다. 1층에는 차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가 있고, 한길사에서 출판한 책을 위주로 전시해 놓고 판매도 한다. 이곳의 특징은 전시해 놓은 책을 한눈에 보면서 이층과 삼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점이다. 동선을 층계가 아닌 경사가 있는 긴 통로로 연결해 놓은 편리한 구조다. 서가에 붙여 놓은 데카르트의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담소(談笑)하는 것과 같다.’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북 하우스 뒤편에는 책 박물관이 있어 희귀한 책도 보고, 영국의 작가이자 건축가인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돌아보며 좋은 정보와 재미를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는 110여개 나라에서 수집한 이색적인 500여점의 악기류를 만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악기의 모양이 다르고 음색도 제 각기 다르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음악은 하나이다.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색깔, 저마다 색다른 음률을 내는 악기가 참 매혹적이었다.
<카메라타>는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클래식음악 카페로 음악 감상을 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카메라타는 그동안 헤이리에 수 없이 왔었는데도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다. 사진 찍으러 간 날, 음악실로 찾아 갔는데 무시로 드나드는 다른 갤러리와는 달리 벨을 눌러야 들어 갈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 음악실을 열 시간이 아닌 것 같아 ‘다음에 오면 들어가 봐야지.’하며 그냥 돌아 나왔다.
<한향림현대도자미술관>은 멀리에서부터 수십 개의 옹기들이 손님들을 반겨준다. 상시 옹기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아트 소품도 구입할 수 있다. 한향림 현대도자미술관에서는 6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방춘옹 선생이 만든 ‘충청도 옹기와 옹기장’ 전시를 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우리나라의 전통 옹기의 은근한 멋과 예술을 만나 볼 수 있다.
<근현대사 박물관>은 생활사 박물관으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곳에 가면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젖게 되고 어린이들은 근현대사 역사를 알 수 있다. 오래 된 물건에서 나는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화이트블록>은 헤이리의 중앙 갈대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주로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으며, 6개의 전시실이 있고, 카페와 세미나실도 있다. 건물 외부에는 조각공원으로 꾸며 놓았는데, 온 몸이 푸른색인 사나이가 완전한 나체로 서서 다소곳이 등과 머리를 숙이고 있는 조각이 눈에 확~ 뜨인다. 화이트블록에서는 ‘낙타를 삼킨 모래시계’라는 제목의 유현미 작가와 임승천 작가의 작품이 5월 22일부터 8월 16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그곳에서 본 전시 내용은 지금까지 본 일이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리 앤 박 갤러리>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두 번이나 헤이리 취재를 도와주신 이경형 전 이사장님과 부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두 분의 성을 따서 갤러리 이름을 붙였다. 전시 작품은 작가의 의뢰로 전시되며, 한두 달간 전시하고는 계속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7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우상호 작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도록을 보니 책을 소재로 이미지화한 그림이다. 안내문에 전통 옻으로 그림을 그리는 칠화기법의 그림이라고 하는데, 어떤 그림인지 궁금해서 전시되면 한 번 가보아야 할 것 같다.
<예지방-궁중 장신구 갤러리>는 무형문화재 옥석장(장신구) 박봉 김영희선생의 공방이며 작품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이다. 김영희 장인이 만든 작품은 주로 궁중에서 쓰는 장신구이다. 각종 화려한 천연보석(옥, 수정, 산호, 호박, 마노, 금, 은, 등)으로 만든 작품은 (노리개. 떨잠, 비녀, 가락지. 귀걸이, 족두리, 브로치, 목걸이 등) 예물, 예단과 함께 전통과 현대의 인간문화재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보석,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전시장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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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시계 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의 희귀한 칼과 시계가 있다. 일층에는 시계가 전시되어 있고, 이층에는 각종 칼이 있다. 일상생활에 쓰이는 칼에서부터 특수한 칼, 그리고 전쟁에서 사용하던 칼 등, 모양도 가지가지로 특이하게 생긴 것과 중세시대 기사들이 썼을 멋있는 것 등, 희한하게 생긴 처음 보는 칼도 있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니 옛날부터 쓰이던 시계 중에는 상당히 값 비싼 것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것도 있다고 한다. 시계를 살펴보다가 그 중에 집에 가져다 장식품으로 두고 싶을 만큼 예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맥 아트홀>은 공연장이다. 1층과 2층은 카페로 사용하고 지하에 공연장이 있다. 공연장으로 대여 해 주기도 하고,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예술 영화나 음악영화 등, 영화를 무료로 상영해 누구나 찾아가 감상할 수 있다. 영화 감상은 고정 관객이 있을 만큼 훌륭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관객이 많지 않은 편이다.
<카페> 예술마을 헤이리에는 상업적인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전시장이나 공방에서 카페나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기도 하고, 온전히 카페만 있는 곳도 있다. 헤이리의 건축 자체가 예술적이어서인지 카페의 분위기도 사뭇 낭만적이다. 카페에는 갤러리나 박물관을 둘러보고 차를 마시며 쉬러 들어온 사람들이나, 단순히 아트벨리에 놀러 온 연인들이 실내에 가득하다. 레스토랑은 한식, 양식, 피자, 파스타 등, 종류가 다양하여 넓은 마을을 돌아다니다 출출해지면 어느 곳이든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헤이리에서는 365일 전시회가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들의 창조적 작업을 통해 국내외 문화예술 콘텐츠의 생산(生産)과 집산(集散)의 새로운 메카이다. 더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 공방을 소개 하지 못해 아쉽지만 몇 군데 직접 찾아 가 본 곳만 소개 하였다. 수많은 공간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으니, 헤이리의 진수는 직접 찾아가서 느껴보는 것이 좋다.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고 월요일엔 쉬는 전시관이 많으니 참고하여 평일에 찾아가면 여유롭게 헤이리를 즐길 수 있다. 헤이리는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며 생활을 하는 마을이기 때문에 취사는 할 수 없고, 갈대 광장 외에는 아무데서나 도시락을 먹어서도 안 된다.
헤이리 현황
헤이리의 현황은 2014년 5월 1일 기준으로 전체 회원 수 326명이며, 그 중에 미술인 75명, 건축가 16명, 언론방송인 18명, 음악가 25명, 영화인 27명, 문화예술기획자 34명, 전통문화인 6명, 문인과 학술인이 43명, 박물관운영자 16명, 갤러리운영자 22명, 기타 44명이다.
건축현황은 전체 완료시 320동인데 입주현황은 259동으로(갤러리 58, 박물관 19, 체험공방 32, 공연장 3, 게스트하우스 11, 설계사무실 3, 스튜디오 6, 아트샵 6, 서점 2, 촬영소 1, 스턴트교육 1, 주거공간 52, 카페 48, 레스토랑 13, 기타가 4곳)이다.
개발 율은 총 441필지 중, 194필지가 운영 중이고, 6동은 현재 건축 중이다.
헤이리에는 요즘 들어 집주인이 건물을 지어 놓고 세를 주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세입자는 예술인이 아니고 장사가 목적이어서 카페와 음식점이 늘어 나, 마을의 예술적 분위기가 다소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적인 것 보다는 늘어나는 카페와 놀이자판기나 어린이 게임방, 놀이기구 등이, 헤이리의 초심이 희석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들도 있다. 연인이나 부부, 친구들이 차 한 잔 마시는 개념으로 놀러오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 좋은 현상이다. 자주 오다 보면 가치 있는 문화 예술에 안목이 생겨나지 않겠는가.
문화적 가치는 빠른 시일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작품들이 빨리 경제적 가치로 환원 되지 못해, 문을 닫는 갤러리도 생겨나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추세를 걱정하는 헤이리의 예술인들은 헤이리 건설을 시작하던 본래의 실험정신과 문화예술 공동체로서의 초심을 되찾아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헤이리를 찾아오는 대중교통이 적어 승용차가 없으면 쉽게 올 수 없는 접근성이 문제이고, 주차 공간의 부족이 마을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래 헤이리는 평화와 생태를 우선시하는 걷는 마을 컨셉이 마을의 주제의식이었다. 문화의 현장으로서 창작공간(스튜디오)을 두고 창작 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며, 외국작가들과 교류로 예술을 세계로 확장하여 마을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헤이리의 역할이다. 이곳 파주는 얼마 전까지 대남방송 하던, 북쪽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곳에 문화 예술마을 만들어 통일을 했을 때를 대비 하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예술인들이 직접 살며 문화 예술의 꽃을 피우는 현장에서, 같이 먹고 하루 밤 묵으며 민박개념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세미나를 열거나 강연 등,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헤이리의 목적이다.
헤이리는 강화에서 고성까지 국토의 중앙을 가로 지르는 휴전선 155마일의 DMZ 생태 평화벨트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헤이리는 앞으로 통일된 한국에서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이곳저곳 찾아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곳 헤이리~ 그곳엔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예술과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 그곳 헤이리 아트밸리에 자주 찾아 가 예술로 가슴을 흠뻑 적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