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으로 언어의
다리를 놓는
수화통역사
장수미 실장
파주시수화통역센터
‘엄마’라는 짧은 말도 수 천 번 들어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들어보지를 못해 말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자연히 말을 안 하게 되니까 언어장애까지 생기는 거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아인들에게 손짓으로 언어를 전달하며 그들에게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파주시수화통역센터(센터장 이동영)의 수화통역사 장수미 실장(41. 파주시 조리읍 대원리).
장 실장은 청각장애인들의 원활한 사회참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의사소통은 물론 응급을 요하는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이 권리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절대적 지원자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어릴 적 지하철에서 청각장애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입을 안 열고 대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또 어머니가 뇌병변 장애로 오래 투병하셔서 장애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죠.”
장 실장은 그때부터 수화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10여 년 전 ‘사랑의 수화교실’과 농아인들을 친구로 사귀면서 수화를 배웠다. 그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06년 파주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도 시작했다.
“농아인들은 다른 장애인에 비해 봉사할 일이 많아요. 일반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밀어준다거나 부축해주면 되지만 청각 장애인들의 경우 수화를 모르면 봉사를 할 수가 없어요. 전문적이 공부가 필요하죠. 취미로 배우다 일까지 하게 됐습니다.”
장 실장이 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농아인들의 취업이나 금융기관과 카드 이용 등 직접 가서 도와줘야 하는 일도 많다. 일반인들은 전화로도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이들은 듣지도, 말을 할 수도 없어 수화통역이 없으면 업무자체가 불가능 하다.
또 수화를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수화교육, 직업 재활, 건청인(일반인)들 수화보급 등도 맡고 있다.
“농아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편을 겪고 있어요. 시각 장애인들이 농아인들을 불쌍하게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들은 의사소통이 되고 공유할 수 있지만 농아인들은 일반 사회에 들어가려면 혼자서는 하기 힘듭니다. 싫다는본인 표현도 할 수 없죠. 자장면이나 피자조차도 혼자 주문할 수 없어요.”
모든 일상생활에 통역사가 다 개입해야 한다. 결혼, 돌잔치, 출산 등에도 다 통역이 필요하다. 하물며 이혼을 해도 마찬가지다.
농아인들은 응급할 시에도 119구급을 이용할 수 없다. 핫라인도 없고, 있다 해도 소통을 할 수 없다. 아프면 통역사에게 연락을 하고 그들이 119로 전화해 출동요청을 한다. 때문에 바로바로 대처하지 못해 위기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인터뷰 중에도 수화영상 통화가 자주 이뤄졌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농아인들이 중증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이 멀쩡해 건강해 보이기 때문
이다. 이들은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문화도 다르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해도
도 낮을 수밖에 없고 오해도 많다. 잘 못 듣기 때문에 건방지다는 소리 듣는다.
“경적소리를 듣지 못해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싸우기도 합니다. 빵빵거리는데 안 비켰다는 거죠. 화장실에서도 노크를 하는데 늦게 나온다고 폭행당할 뻔 한 적도 있어요.”
장 실장은 수화를 배우려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수화 봉사자는 그리 많지 않아요. 수화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농아인들의 불편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장 실장은 농아인들의 여행이나 행사 참여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최근 율곡문화제와 인삼축제, 또 각 읍면동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에서 수화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행사장 무대에서 손짓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이가 바로 그다.
장 실장은 오는 11월 13과 14일에도 농아인들과 함께 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이직도 수화통역이 필요 없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모르기 때문이죠. 농아인이 한명이 있던, 설령 없더라도 농아인들이 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농아인들 어울리는 거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현재 파주에는 등록 농아인이 1,967명에 달하고, 적극 활동 농아인도 150~2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농아인들에 비해 수화통역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가까운 의정부와 고양시만 해도 파주보다 1~2명의 통역사가 더 많다.
“파주시에 인력 증원 요청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저희가 통역만 하는 게 아니라 할 일 이 많아요. 요즘은 사생활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통역 일만 하고 있지요.”
그는 농아인들이나 장애인들을 편견 없이 봐 주길 바란다. “장애인들을 불쌍히 보는 게 아니라 이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거죠.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의 불편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현재 파주센터에서 일반인들의 수화보급과 농아인들을 위해 수화교육을 하고 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교육문화회관 ‘수화통역사 따라잡기’ 수화통역사가 되기 위한 양성과정도 개설될 예정이다.
“예전에는 농아인들을 벙어리로 비하해서 바보로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진짜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지
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못 듣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서가 많이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인터뷰에도 응하는 겁니다(웃음)”
장애인이 달리 장애인이 아니다. 일반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면 그게 장애인이다. 세상에 아무 소리도 없이 산다고 생각해 보라.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