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장 순 남
새벽 기도를 하러 가며 교회 가까이 가니 교회 앞에서 청년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엉뚱하게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는 내 자신을 자책하느라 등줄기가 달아올랐다.
오늘 새벽의 일이다. 교회가 가까워지자 불을 밝혀 놓은 현관 앞이 대낮처럼 환했다. 아직은 미명의 시간 완전히 밝지 않은 길을 걸어오느라 힘들었었다. 그러다 밝은 빛을 보니 반가워 걸음을 재촉하려는데 전등불 아래 서있는 청년이 손을 입에 대었다, 떼었다하고 있어서 순간 담배를 핀다고 생각 했다. 아무리 자유분방한 젊은이지만 교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마땅치 않게 생각하였다. 이른 새벽 내게 혼란스러움을 안겨주고 이방인처럼 서성이는 사람을 향해 볼멘소리를 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웠다. 교인이어도 담배는 기호식품이니 내가 잘잘못을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장소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혼자 말로 책망을 하면서 걸어갔다.
담배를 끄기 전에 마주치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라 다 피울 때 까지 기다리려고 발걸음을 멈추려다,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는 새벽길에 이미 나를 발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현관 앞에서 못 본체 지나가려는데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이 무슨 경우인가 싶었으나 먼저 인사를 청했으니 마지못해 대꾸를 하려다 청년이 들고 있는 커피 잔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담배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지레짐작으로 못된 사람이라 여기고 오해를 했다. 자신을 지탄하고 있던 내 속을 전혀 모른 체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반기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내 안에서는 저절로‘이 죄인을 용서 하소서’ 라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담임 목사님이 출타해서 불을 켜 놓으려고 다른 날보다 일찍 왔다는 말에 또 다시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청년이 틀어 놓은 난방기에서 나오는 공기가 뺨과 몸을 따듯이 감싸주었다. 제할 일을 다 하고 커피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는 청년에게 품었던 오해가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내 안목이 한심했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 말도 있지 않던가. 오해나 착각은 옛 사람들에게도 종종 있어왔던 일이었나 보다.
새벽에 기도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교회에 목사님까지 자리를 비웠으니 오늘은 나와 그 청년 단 둘이 기도를 해야 했다. 사실 내가 나가는 본 교회가 멀리 있어 새벽기도는 집 옆에 작은 교회로 다니는 터라 기도가 끝나면 살며시 나오곤 했다. 아직 이름도 모른 체 눈인사만 하던 청년과 교감이 부족해서 오해를 했다고 굳이 변명을 해보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오해했던 걸 청년이 알았다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묵상을 하면서도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아 어떻게 기도를 마쳤는지 모르겠다. 매사에 내 뜻대로 해석하는 편견을 고쳐야 또 다른 실수를 범하지 않을텐, 건성건성하는 내 성격 때문에 늘 탈이다. 이즈음은 어떤 일 앞에서든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심호흡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데 그새 또 깜빡하고 말았다. 인간은 받아들이는 존재로 살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빈 그릇에는 무엇이든 담겨야 그릇으로서 구실을 하듯, 쉽지는 않겠지만 매순간마다 나의 그릇에 채워야할 삶의 지혜를 탐하고 싶다. 집에 와서도 반갑게 인사를 하던 청년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리고 일찍 나와서 교회를 환하게 밝혀 놓고 실내를 따듯하게 한 청년의 배려가 고맙고 착각했던 게 미안하다고 혼자 말을 하며 아침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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