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환경생태는 삶의 배경이었습니다. 대학 때도 워낙 친구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저였지만 집에 내려오면 그렇게 평온할 수 가 없었어요. 똥지게를 지고 거름을 나르고 논일 밭일을 하는 저를 보고 친구들이 희한해 했지만 저에겐 자연이 자연스러웠어요. 뒤꼍에 앉아 보는 바람과 풀과 꽃이 어찌 그리도 곱고 편안했던지요?”
조영권 파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자연이 그에게는 참으로 자연스럽다. 그의 삶이 그렇고 사회운동이 그렇다. 조영권 파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자연이 그의 삶의 배경이 되었던 것처럼 파주환경운동연합과 인연을 맺었다. “회원이 되던 때만 해도 환경연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터라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회원과 시민 대상의 생태교육을 통해 파주의 자연환경을 알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나중에는 운영위원 활동을 하게 되었지요.” ‘DMZ생태연구소’를 조직하고 활동했던 이력에서 보듯이 지금의 파주환경운동연합의 풍성한 내용은 그의 몫 또한 크다. 그는 파주환경운동연합의 생태교육과 생태보존활동을 조용히 도맡아 해왔다.
그는 전국 환경운동연합 유래 처음으로 활동가가 상임의장이 된 ‘첫사람’이다. 대부분의 의장이 상징적 의미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에 비해 그는 의장이며 활동가며 환경생태가로서 현장에서의 삶을 살아오고 살아가고 있는 ‘한사람’이다.
■ 파주환경운동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최고의 시민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잘 조직되어 있고 활동내용도 많아졌고 폭도 넓고 깊어지고 있어요. 공식적으로는 올해 11년이 되었어요.
주력사업은 크게 현안대응활동과 회원? 활동가? 시민대상의 교육, 모니터링, 녹색생활실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현안대응활동으로 지난해부터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국적 네트워크인 ‘임진강?한강하구네트워크’와 함께 대시민 현안대응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외에 급식조례개정대응활동, 생태활동, 각종 민원에 활발하게 대처하고 있지요.
또 교육프로그램으로 ‘2015환경생태강사 양성과정’이 총 3부에 걸쳐 에너지, 탈핵, 생태, 학교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수료한 교육생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워낙 교육생들의 호응이 좋아 후속프로그램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사실 이것은 현안을 담아 낼 수 있는 에너지팩 같은 역할을 해서 시민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역량가를 만들어 내는 교육이 되는 거지요.
더불어 약 3년 전부터는 파주지역의 생물종과 보호종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료 축적도 하고 있어요. 임진강, 민통선 지역 생태를 무리한 개발로부터 막기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DMZ시민모니터링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요즘 이런 활동이 힘을 받고 있지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파주의 생태다양성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에요. 이것이 결국 시민단체의 힘이고 대응책이 될 겁니다.
지킴이 활동을 통해서는 강사분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해주시고 계셔요. ‘산지킴이’, ‘공원지킴이’, ‘냇물지킴이’의 3개분야로 각 연령대에 맞추어 교육, 놀이, 정화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유아로부터 아동? 청소년까지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청소년대상 생태 참여적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그 외에도 회원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녹색생활실천 강좌’를 열고 있어요. 이슈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하지만 일상의 재미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원 재활용, 아나바다 나눔, 프리마켓을 여는 등 녹색생활실천을 하고 있는 활동이지요.
이밖에도 부설기관으로 도시농부학교에서 ‘텃밭지도사 과정’, ‘어린이농부학교’를 진행하고 있어 파주뿐 아니라 주변지역 주민들도 많이 참여하고 계셔요. 물론 회원도 점점 확대되고 있고요.
■환경운동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또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일도 말씀해주세요.
예전에 공릉천 하천정비사업을 할 때였어요. 주변의 농경지를 공원으로 만든다고 해서 고양, 파주환경운동연합이 ‘공릉천지키기’ 활동을 했는데 사무국 사람들을 빼고 나중에는 저 혼자만 남게 되었어요. 활동에는 동의를 하던 사람도 막상 나서는 것을 어려워했던 거죠. 그때 파주시장에게 고소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어요. 물빛이 좋지 않아 이를 까페에 올린 것에 제약을 건거죠. 결국 무혐의 처리되었지만 그때 법원으로 경찰서로 불려 다니며 적극적으로 대응활동도 못하고 가슴앓이도 많이 하고 지켜내지도 못해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의 시민의식이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요...
환경운동은 한마디로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에요. 우리가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삶과 연관되기 때문이에요. 자연의 이야기는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삶인거죠. 꽃이 꽃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벌이 오고 동물이 있고 사람이 있는 거니까요. 우리는 모두 연관되어 있어요. 특히 논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습지인 동시에 생태계에 있어 어머니의 자궁, 자연의 자궁과 같은 존재에요. 앞으로는 ‘논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고요. 생태를 이야기 하면 굉장히 재미있어져요. 파리도 지렁이도 생태로 보면 다 자기 쓰임새가 있고 의미가 있죠. 그래서 저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한 포기 한 포기 풀을 가볍게 볼 수 없어요. 그러니 잡초를 그냥 두는 제 밭을 보면 부모님께서 혀를 끌끌 차시는 거죠.(웃음). 풀이 갖고 있는 연관성을 보면 모든 게 자연과 사람에 유용한 거지요.
■ 파주환경운동연합을 통해 그리는 꿈을 듣고 싶습니다.
환경이 제 삶의 배경이었기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늘 제 마음에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했을 때 ‘환경치유사’를 생각했어요. 그때는 생태라는 개념도 없었지만 들과 숲으로 다니며 개발로 망가지는 자연을 복원하는 환경을 생각하고 그런 삶을 사는 ‘환경치유사’가 되고 싶었던 거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 저의 삶이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파주환경운동연합에서 이루고 싶은 거요? 지금 파주환경운동연합이 다양한 분야의 자기 활동을 자리매김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너무 현안문제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업, 회원사업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먹거리, 살아가는 삶, 농산물, 물, 에너지, 교육문제 등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놓치지 않고 다양하게 펼치기를 바라요.
다만 이제 의장으로서 제가 할 역할은 활동가 몇몇이 단체를 끈다거나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가 들이 삶을 보장 받고 재미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사무실이 회원들로 복작복작대며 ‘회원들의 삶에서 요구하는 것을 담아가는 시민단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시민단체’가 되었으면 해요. 이러러면 시민단체의 여건상 재정문제가 따르기에 6월 27일(토)에는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헤이리 ‘농부로부터’에서 파주환경운동연합 첫 후원의 날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으면 해요. 저는 앞으로도 임기동안 활동가의 역할을 잊지 않으며 파주환경운동연합의 기반을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하나의 씨앗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이 있다. 연관되는 삶에 대한 깊은 지혜와 통찰을 나눠준 조영권 파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생태 실천의 삶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원한다. PAJU IN
■약력:
(현) 파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현) 파주생태교육원 대표
(현) DMZ생태평화학교 교감
(전) DMZ생태연구소 들꽃생태학교장, 독수리생태학교장
(전) 푸른파주21실천협의회 자연생태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