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수련을 그렸습니다. 모네는 수련을 물 흐르듯이 그렸지만 양안숙 화가의 작품도 그에 못지않아요. 연꽃이 살아있는 것 같고, 그 자체 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연꽃으로는 국내에서 독보적이죠.”
2008년도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당당히 입선, ‘화가’의 꿈을 이룬 열정적인 아줌마 서양화가 양안숙씨(57. 파주시 문산읍 한진2차 아파트)를 만났다.
현재 파주읍 봉서리(일명 붉은밭)에서 보리밥 전문점 ‘산들바람이 만든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 5월 14일, 중국 상하이 ‘윤 아르떼 갤러리(관장 조윤숙)’의 창립 전시회에 초대작가로 참여해 연꽃작품 18점을 출품했다. 전시회는 오는 7원 10일까지 계속된다.
그는 오로지 ‘연꽃’만 그린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2년 정동겔러리 기획전을 끝내고 개인전을 계속해 오고 있는 그는 이곳 ‘산들바람이 만든 밥상’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양안숙 서양화가.
2008년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의 입선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특별히 그림 공부를 한 적도 없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그림도구는 살 엄두도 못 냈다. 대신 교직에 있던 오빠가 시험지 채점을 하고 남은 몽당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어릴 적 친정오빠가 교직에 계셨어요. 그 때 아이들이 쓰다 버린 크레파스를 모아 그림을 그렸죠. 좀 소질이 있었던지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대회가 있으면 뽑혀 나갔던 기억이 나요.”
2008년,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의 해였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일명 국전)’ 서양화 부문에 당당히 입선해 ‘화가’의 꿈을 이룬 해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20여 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바쁘게 살아온 그이기에 그해 ‘제2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의 입선은 그만큼 주위의 놀라움을 샀다.
‘언젠가 그림 다시 그리겠다.’ 가슴 속 꿈 버리지 않아
전라도가 고향인 그는 여고시절 미술을 제일 좋아했고, 지역 내 미술대회에선 빠짐없이 상을 받을 정도로 소질도 있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는 20여 년 전 남편이 퇴직하면서 적성면에 자리를 잡고 ‘아구탕 집’을 열었다.
“친정 어머니가 오빠가 근무하던 학교의 식사를 맡을 정도로 음식솜씨가 좋으셨어요. 저도 손맛을 이어받았는지 요리하기를 즐겨 했던 터라 식당이 제일 자신 있었나 봐요.(웃음)”
생계를 위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늦은 밤 시간까지 바쁘게 살면서도 ‘언젠가 때가 되면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적성농협 문화교실에서 서예를 배우면서 그림에의 갈증을 달랬다.
‘글씨를 쓰고 동양화를 그리면서도 정작 그리고 싶었던 건 서양화였다’는 그에게 기회가 찾아 왔다. 딸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통학 때문에 적성에서 문산으로 이사를 나오면서 늦둥이 막내딸이 다니는 문산초등학교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서양화’를 시작한 것.
오랫동안 갈망했던 것에 배움의 길이 트이자 식당이 문을 닫은 시간 밤늦도록 식당 한쪽에서 수없이 습작을 거듭했다.
그림 완성도 보기 위해 설레임으로 작업해요.
새벽 5시 반이면 식당에 나와 음식준비를 하는 9시 반까지 ‘연꽃’과 함께 했다. 또 점심영업이 끝나는 3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늦은 밤까지 작품 활동에 매달렸다. 전시회가 있기 3~4개월 전부터는 하루 2~3기간 잠자리에 드는 게 전부일 정도로 그림에 몰두했다.
처음엔 식당 일도 힘들고 바쁜데 잠을 줄여가며 그림을 그리는 그를 건강이나 돌보라며 지켜보던 남편과 가족들도 ‘2008 대한민국 현대여성 미술대전’에 특선으로 입상하자 ‘전폭 지지’로 선회했다.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특히 작품 활동을 할 때는 절대적이죠.(웃음)”
그는 “정열이 마음속에 가득한 거 같아요. 예술가들 진념이 강합니다. 그림의 완성도를 보기 위해서 설레임으로 작업을 해요. 자신 스스로 설레임이 멈춰지지 않는 것이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그는 작품을 위해 “있는 그대로 연꽃 밭을 옮겨놓은 느낌이 와야 해요. 연꽃 밭에 직접 가보고 사진을 찍어와 작품에 활용하기도 하고 느낌을 받아요. 작품 중간에 다시 찾아 변화된 연꽃의 모습을 보고 작품에 반영하기도 하죠.”
그는 ‘사물을 사진처럼 잘 그렸다’는 평을 받아야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말한다. “초록색 그림이 제일 힘듭니다. 한 가지 색에 여러 가지 색깔을 내야 하기 때문이죠. 각자의 색이 있고 똑 같지 않아요. 작가가 보는 눈이 그만큼 시야가 넓어져야 합니다.”
국내 개인전과 함께 내년 하반기 중국 상해 개인전 계획
국선 입선 후 그는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2년 간 미술공부 하기도 했다. “전문적인 미술공부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공부를 시도해 봤어요. 하지만 그때는 어느 정도 그림에 완성도가 이뤄진 뒤라 막상 공부를 해보니 내 것이 더 좋더라구요.(웃음)”
‘영혼이 없는 작품은 작품이 아니다’라는 그는 “제 연꽃 그림은 생동감이 느껴지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그려 놓고도 보면 연꽃 대에 힘이 넘치죠. 생동감이 넘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야 남에게도 힘을 불어 넣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에 혼을 불어 넣습니다.”고 자평한다.
그는 올 해 개인전과 함께 내년 하반기 중국 상해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1년에 10작품 이상 완성하기 힘들어요. 마음먹고 하면 20작품도 할 수 있지만 많이 그려서 그림을 팔려고 하지 않아요.”
그는 지난해 전국 최초의 음악특화도서관인 운정신도시 가람도서관에서 연꽃작품 전시회를 열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전시회에는 100호 대형작품에서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연꽃을 소재로 한 사실적 유화작품 등 24점을 전시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작품의 완성을 위해 2년의 정성을 들였다.
그는 “앞으로 파주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전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안숙 화가에게는 절대적인 지원자 남편 이준호씨(59)와의 사이에 성심여대 사범대를 나온 두 딸, 그리고 늦둥이 막내 딸 등 3녀가 있다.
지난해 출가한 큰 딸 인후씨(28)는 출산을 위해 현재 교직에서 잠시 떠나 휴직 중이고, 둘째 딸 인구씨(23)도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늦둥이 막내딸 인서양은 문산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개인전
2014, 가람도서관 개관 초대전
2013, 인사아트센터
2012, 정동갤러리 기획전
2011독일괴테 문화원 초대전
2010, 경기신문초대전
2010, 금촌 중앙도서관
2009, 호수갤러리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 부문 입선
(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
-충청남도 미술대전 우수상(당진 문예의 전당)
-대한민국 현대 미술 대전 특선(단원 미술관)
그 외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