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하의원은 무슨 꿈을 꿀까요?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파주 을 지역으로 출마할 새누리당 후보로 황진하 의원의 공천이 확정 됐습니다. 같은 당의 후보였던 류화선 전 시장의 예지치 못한 헛발질로 인해서 다소 간 맥 빠진 모양새가 돼버렸지만, 정작 본인으로서는 집권당의 사무총장이라는 ‘가문의 영광’에 이어서 국회의원 4선 고지에 오를 기대감이 충만할 것입니다. ◆ 김순현 대표
그러나 지역구민이고, 유권자인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황의원의 공천을 흔쾌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습니다. 그분 나름대로는 70년 세월동안 많은 성취를 이루고 살아오셨겠지만, 정치인으로서 황진하 의원의 존재감이나 지역을 위한 기여, 또는 훌륭한 국회의원을 두고 있다는 해당 지역구민으로서의 자긍심 등 어느 하나도, 저의 기대치에 만족함이 없습니다.
알다시피 황의원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의 길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이라는 것 역시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나회’가 무엇입니까.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노태우가 만들고, 그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며 군내의 요직을 독점하고, 마치 조폭 같은 위계질서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 끝에 쿠데타까지 했던 집단입니다. 출발부터 불공정하게 출발한 것이니, 군(軍)내에서 황의원이 이룬 성과가 뭐 그리 대단할까요. ‘황진하 장군’의 어깨에서 번쩍거리는 별은, 불공정한 경쟁으로 인해서 밀릴 수밖에 없었던 ‘무능한’ 군인들의 눈물에 다름 아닙니다.
그러니 명색 포병장교 출신이 보온병을 들고 북한의 탄피라고 주장하는 세기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면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하는 동안 황진하의원은 무슨 일을 했을까요? 물론, 본인의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무수히 많은 의정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보이지를 않거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불과 합니다. 오히려 반드시 했어야 함에도 하지 못한 일들만 도드라져 보일 뿐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반환된 미군기지 문제입니다. 파주에는 곳곳에 미군기지가 있었고, 대부분 우리나라로 반환이 됐습니다. 그 미군기지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잘만 이용하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 요긴하게 쓰여 질 땅들이 한국군 부대가 주둔을 해 있거나 방치된 채로 있습니다. 월롱에 있는 ‘캠프 애드워드’ 터 일부에 폴리텍 대학이 들어설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도 황의원이 어떤 노력을 했다는 증좌를 과문한 저로서는 알지 못합니다. 그 미군기지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파주는 60년 동안이나 기지촌이라는 오명을 들어야했고, 국방을 위해 파주는 희생을 당해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터무니없는 값으로 땅을 사라고 하니,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있나요?
황진하의원은 군 출신이고, 국회 국방위원이고 국방위원장 이었습니다. 최소한 황진하의원은 미군기지는 무상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한다고 주장이라도 했어야했습니다. 군 출신인 황진하의원을 파주의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곧 그런 일을 하라고 뽑아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황진하의원의 주장을 저는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얼마 전, 한 언론의 보도를 보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황진하의원이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강남 등 일대의 주택을 10여 채나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서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인 11년 동안 매년 2억 원 씩이나 소득이 늘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황의원은 이를 두고 ‘모자라는 의정활동비를 보충하기 위해서 임대업을 했다’는 요지의 해명을 했습니다. 의정활동비가 모자라서 사비를 털어야 할 정도로 황의원이 의정활동을 한 결과가 지금 이 모습 이라면 애초에 능력을 의심해야할 일이고, ‘부족한 의정활동비’를 충당하고도 매년 2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늘어나고 있었다면 그 원 소득은 도대체 얼마라는 말입니까. 자녀들의 명의로도 7억 원 가량의 집이 있는데 과연 자신들의 수입으로 산 것인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황진하의원의 조상 중에 명재상이자 청백리로 일컬어지는 황희 정승의 일화 중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합니다. 황희 아들의 집들이 잔치가 시작되려 할 때, 황희가 돌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선비가 청렴하여 비새는 집안에서 정사를 살펴도 나라 일이 잘 될는지 의문인데, 거처를 이다지 호화롭게 하고는 뇌물을 주고받음이 성행치 않았다 할 수 있느냐. 나는 이런 궁궐 같은 집에는 조금도 앉아 있기가 송구스럽구나.”라고 했답니다.
‘오제신후사 지수일렴자’ (吾?身後事 只守一廉字)는 그 황희 선생께서 남기신 말입니다.
명색 3성 장군이며, 3선 국회의원의 ‘투 잡(Two job)’이 임대업자라면 뽑아준 시민들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이런 모든 것들에 더해서 황진하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국가 전체, 또는 파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군 출신인 한 자연인으로서, 그의 생각이나 주장을 전달하거나 특정한 집단의 사고를 대변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버이 연합’같은데 말입니다.
얼마 전 황진하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 연대를 두고 두 정당을 두고 극좌정당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황의원은 “어떤 정치 세력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는 것은 그 정당의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준다”면서 “정의당과의 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의 DNA가 극좌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새누리당의 당직자 면접시험 중에 “응시자들 중 데모해 본 사람 있느냐”, “새누리당은 데모해 본 사람이 없는 당인데 데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정의당이 ‘극좌정당’이라고 한다면 식자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 뻔하고, 데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쩌면 권리 같은 것입니다. 데모를 터부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터부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새누리당의 대표는 학창 시절에 반독재 데모를 했다고 자랑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에는 민중당 출신들도 있고, 유명한 학생운동권 출신들도 있습니다. 이것이 정당입니다. 소싯적에 ‘데모’ 좀 했다는 그 당의 대표에게 깍듯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황진하의원의 모습은 그렇다면 가식입니까? 가식이라면 무엇을 위해서 그리할까요.
게다가 황진하의원은 친일파 재산 환수법에 서명하지 않았고, 친일인명사전을 학교에 배포하는데 반대했습니다. 이 정도면 황진하의원의 ‘이념적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 것입니다.
‘자율과 책임, 분권과 창의,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되,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하여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를 줄이는 한편, 성장과 개방의 혜택이 온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한다.’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남북한의 평화 유지와 공동발전을 도모하며, 장차 전개될 통일한반도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간다.’ 새누리당의 강령 일부입니다. 강령 어디에도 황진하의원 같은 고루하고 낡은 사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됩니다. 황진하의원은 ‘약속’을 이야기하고, ‘실천’을 이야기하고 더 멀리 ‘꿈’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묻고 싶습니다.
과연 황진하의원은 무슨 꿈을 꿀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