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기자가 파주신문에 연재했던 글이다. 4년 전 총선 분위기와 작금의 국내외 정세가 너무도 똑같아 모골이 송연하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말로 좋은 정치의 덕이 널리 미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논어(論語)》〈자로편(子路篇)〉에 나온다.
중국의 춘추시대(春秋時代) 공자(孔子)가 초(楚)나라의 섭읍(葉邑)에 이르렀을 때 초나라의 섭공(葉公) 심제량(沈諸梁)이 공자에게 지방을 잘 다스리려면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선생님, 백성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나니 인구가 줄어들고, 세수가 줄어드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날마다 백성이 도망가니 천리장성을 쌓아서 막을 수 있을까요? 잠시 생각하던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여섯 글자를 남기고 떠났다한다.
‘밖에서는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집안에서는 빵점이다’라는 소리를 듣는 오늘날 우리 중장년층에 묘하게 와 닿는 말이 아닌가싶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하여,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고 했다. 반대로 가정이 불안하면 그 스트레스에 기가 뺏겨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오죽하면 얼빠진 놈(?)에게는 돈도 빌려주지 말라고 했겠는가.
국가의 경우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요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실험발사 준비’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오바마 정부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리 파주 시민들은 이미 임진각 조준포격 운운할 때 졸도한 적이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돌이켜 보건데 이화여대가 철수하고, 자본투자가 부진하고, 땅값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가 생각된다. 어떤 얼빠진 놈(?)이 한국에 투자하고 파주에 찾아오겠는가? 천리장성이 아니라 만리장성으로도 파주의 총체적 추락을 막지 못할 것 같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4.11 총선 후보자들이 파주와 나라의 현실을 진단하고 각자의 처방전들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처방전들이 GTX 파주연장, 경제특구, 신도시완성, 통일교육도시 왈왈, 한결 같이 항생제, 진통제와 소화제뿐이다. 빈부격차 해소, 남북모순 극복, 생명.환경문제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대해서는 묵묵부답(默默不答) 이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정밀하게 살펴보고, 정확하면서도 따듯한 처방으로 유권자들을 기쁘게 해준다면, 오지 말라고 막아도 사람들은 몰려들 것이다.
또한 파주의 유권자들은 지혜롭다. 한반도의 막힌 곳이 뚫리고 평화가 흐르게 하는 화타의 처방전을 잘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가까이 있는 북한과 화평하지 못한다면 멀리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도 불편해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파주에서는 평화가 경제다’라는 다소 생경한 후보자들의 구호가 그나마 위로를 준다. 최소한 파주 땅에서만은 불편한 남북대치 관계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을 먹고사는 하이에나들은 이번 기회에 일소돼야 한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즉,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남북열 세계래(南北悅 世界來) 즉, 남북이 기뻐하면, 세계가 파주로 몰려올 것이다.
‘백성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잘하면 가까운 곳의 백성들은 즐거워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백성들도 정치를 잘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모여든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신 때가 2500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