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평산과 늘로천이 감싸며 형성된 마을 파평면 덕천리.
이곳 덕천리 김창모 이장(58)을 만나 자신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마을의 ‘효율적 변화’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덕천리는 예로부터 샘이 많이 난다고 해서 ‘샘내’라고 불렸다. 또 마을에 갯장판(자연적으로 생긴 하천)도 많아 물이 흔한 곳이었다.
이곳은 예전 꽤나 발전된(?) 곳이었다. 샘내 5일 장도 제법 컸었고, 버스터미널도 이곳에 있었다. 또 장날 이은관 명창이 찾아와 ‘배뱅이굿’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김창모 이장은 지난 날의 이같은 호황을 되찾기 위해 굵직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2011년부터 5년째 이장을 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파평면 이장협의회장도 맡아 파평면의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이장을 보기 전에는 마을 개발위원장도 하면서 마을회 정관도 만들고, 이장님을 도와 마을회도 구성했다.
‘덕천리를 예쁘게 가꿔보자’는 차원에서 벚꽃길 조성
김 이장은 83년부터 93년도까지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고향으로 내려온 뒤부터 마을일 보기 시작했다.
‘덕천리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고향을 좋아했다’는 그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한 달에 3회 이상 빠짐없이 덕천리에 내려왔다. 그만큼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이장이 되기 전 마을회 총무를 보면서 이장을 도와 임진강 폭포어장 주변 도로 양쪽에 벚꽃나무를 심었다.
‘덕천리를 예쁘게 가꿔보자’는 차원에서 친목회 돈 등 500여만원 들였다. 지금은 여의도 윤중로를 가지 않아도 멋드러진 벚꽃 길을 볼 수 있다.
김 이장은 주민 간의 화합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후배나 동네 분들에게 ‘마을이 화합하려면 사람을 보지 말고 파평산과 앞뒤 개울 보라’고 합니다. 사람끼리 다투면 금이 가지만, 자연적인 조건은 보면 몇 십 년이 가도 그대로 라는 것을 강조하죠.”
‘사람은 떠날 수도 있다. 동네 이사와 10년 이상 거주하면 동네 주민이다. 객지 토박이 따지지 말자’는 것이 김 이장의 주민화합을 위한 주장이다.
‘샘그린 마을기업’ 유치, 행안부 최종 심사만 남아
김 이장은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 중 덕천리의 큰 변화를 가져올 사업으로 마을기업 조성을 꼽았다. 올 6월 말 최종 선정 예정인 이 마을기업은 ‘샘그린 마을기업’이라는 협동조합 형태로 경기도 공모에 선정돼 행안부 최종 심사만을 앞두고 있다.
“마을기업 선정이 희망적이에요. 2년 전부터 계획해서 서영대학에서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쳐 교육도 받았습니다. 마을기업에서는 공동농산물 가공 및 판매할 예정입니다. 소위 6차 산업이죠.”
이곳에서는 잊혀져가는 찬거리와 계절음식을 선뵌다. 예를 들어 시원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장김치와 동치미, 그리고 학창시절 도시락 단골 반찬이었던 무 짠 김치 그리고 잊혀져가는 무시래기, 묵은 김치 씻어서 끓여 먹던 된장찌개, 미나리와 고들빼기 등 야생에서 채취할 수 있는 제철 음식 등….
맛있게 먹었던 추억 속의 반찬들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도록 유행타지 않는 음식판매에 마을기업이 나선다는 것.
김 이장은 이를 위해 임진각폭포어장 맞은편에 위치한 ‘우리농산물 판매장’과 ‘창고’를 리모델링 했다. 이곳은 20여 년 전 정주권사업으로 선정돼 운영을 하다 37번국도가 임진강변 쪽으로 생기고 폭포어장 상권도 죽으면서 우명무실 했던 곳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를 수리해 마을기업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6월말 최종 결정되면 7월부터 시작한다. 마을기업을 유치하면 정부에서 5천만원을 지원 받게 된다.
현재 ‘샘그린 마을기업’에는 한 구좌에 50만원씩 25명이 참여해 1250만원의 기금을 조성했고 연말까지 더 많은 사람들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이장과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마을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우선 농산물 이동 간 거리가 길면 신서도가 떨어지고, 운송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장은 “몇 년 전 파주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하다노시에 가서 보니까 지산지소운동하고 있더군요. 내 지역 농산물을 내 지역에서 소비하기 운동이죠. 파주도 운정신도시의 인구가 많아져 네트워크만 형성되면 직거래가 가능합니다. 직거래가 소규모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그는 “냉장고가 발달돼 한 집에 여러 대씩 있다 보니까 서로 나눠먹는 정이 사라졌어요. 썩어나가도 냉장고에 보관해요. 먹거리를 나눠먹고 공유하면 좋다는 생각에서 마을기업 유치를 주진하게 됐죠.”
실내 테니스장 1면만이라도 조성해 달라
그는 또 정체돼 있는 파평면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실내 테니스장 조성도 요구하고 있다. “파평면에는 테니스장이 없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1면을 만들 계획이지만 실외 테니스장은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실내 테니스장이 생기면 동호인들이 찾게 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김 이장은 지역발전 안배 차원에서도 실내 테니스장 1면만이라도 꼭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실내 테니스장 건설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요. 실외로 조성한다면 솔직히 안 만들고 싶어요. 자꾸 인구가 감소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유동인구라도 늘려서 경제 활성화를 이뤄야 합니다.”
그는 주민화합을 위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매년 여름, 어르신들을 위한 복놀이와 2년 마다 구정 때 척사대회를 여러 주민화합을 도모한다.
대학 진학 교육비 지원, 살기 좋은 마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마을기업을 잘 운영, 마을기금도 마련해 주민복지와 자녀교육을 위한 지원에도 힘쓸 계획이다.
“시골을 기피하고 서울로 나가는 것도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이예요. 마을에 일 하는 사람도 보수 맞춰줘 책임감과 사명감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들 대학등록금 지원도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을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마을주민께 한상 감사하고 고맙다는 김 이장은 “주민 단합이 어느 마을보다 잘 됩니다. 10년 정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마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세대에 살기 좋은 동네 만들고, 후손들에게 자긍심 형성될 수 있는 단합된 마을로 만들겠습니다.”
92세 되신 노모 모시고 부인과 2남1녀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 이장은 용연초교 5학년 때 파평초교로 전학, 그곳에서 졸업 한 뒤 문산북중·문산고(13, 14회)를 나왔다. PAJU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