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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법정책학 강사, 법흥리 거주) |
파주는 지금도 여러모로 참 좋지만, 조금만 더 철학있게 정성을 기울이면 더더욱 아름답고 예쁜 곳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칠고 산만하고 무미건조한 회색의 도시가 아니라, 어쩌면 파주는 그간에 우리가 이 땅에서 단 한 번도 창조하지 못했던 가장 아름다운 터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파주의 풍경과 미래의 모습에 대한 상상에 빠져 봅니다.
생각해보면, 파주 한강 하구권은 서해안 시대, 유라시아 시대에 조응하는 아주 멋진 항구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저 두물머리에 크고 작은 배들이 유유하게 오고가는 모습은 북서 유럽 해안처럼 이국적이면서도 근사한 그림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철책을 걷어내고 개방된 수변공간을 걸으면서 파주 마리나항의 하얀 배들과 반짝거리는 은비늘을 감상할 수 있다면 시민들은 더욱 행복을 느끼고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파주는, 이 나라 어느 곳과도 비교될 수 없는 가장 특색있는 건축미학의 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스웨덴의 ‘예테보리(Gothenburg)’처럼 마을과 거리 곳곳에 새로운 색채감과 질감이 묻어나는 건축물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섬세하게 다듬어보면, 건축미학의 꿈이 만개하는 곳, 건축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이 경합하는 곳, 건축이 사람의 생활과 정서에까지 영향을 주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미학의 이상향‘아키토피아(Architecture Utopia) 파주’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편 파주는 지금 거대한 지식 컨텐츠 생산지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파주 문발리(文發里)에는 출판인쇄산업단지, 영화영상산업단지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이 문발리 출판영상산업 지대가 한강변을 끼고 헤이리예술마을과 연접되고, 문산 임진각까지로 이어지면서 파주서부권 전역으로 확장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표지석 문구처럼, 나라 안팎으로 무한한 지혜와 감각을 뿜어내고 전하는 세계적인 지식생산 지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파주는 통일과 평화의 정신이 집약된 도시가 될 것입니다. 분단의 비극사와 통일이라는 절대적 당면과제 속에서 평화의 가치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통일경제특구이자 세계 최고의 국제평화수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주는 남북통일시대의 심장부가 되어야할 지리적 숙명을 품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국제기구, 국제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학술연구단체와 종사자들이 모두 모여드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상상해 봅니다. 파주가 핀란드 숲, 노르웨이 숲처럼 매력적인 거대한 숲의 도시가 되는 것입니다. 파주에 아무리 숲이 많다한들 강원도만 할까도 싶지만, 감악산과 비무장지대, 민통선 지역 등 파주 북부에 넓게 형성돼 있는 자연식생을 잘 어우러지게 하고, 개발주의에 아직까진 난도질당하지 않은 파주의 여백지 곳곳에 대대적으로 식목사업을 전개해 간다면, 편백나무숲, 자작나무숲, 가문비나무숲, 금강송숲 등으로 가득한 ‘파주 도시숲’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파주에 특히나 많은 공동묘지들조차도 혁신적으로 재창조한다면 망자(亡者)의 자비 속에서 산 자들 모두가 감사해 할만한 특별한 녹색지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마리나 항구도시 파주, 건축미학의 도시 파주, 출판영상과 예술 등 인문학적 지식생산의 도시 파주, 통일과 평화의 상징도시 파주, 자연과 인간이 가장 조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구현된 숲도시 파주. 이 모든 파주에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파주의 봄은 왠지 더욱 향기 짙고 꽃이 흐드러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