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종석 기자 pajuok@naver.com
운수업체 여사장은 본인의 과욕으로 현 이재홍 시장이 곤경에 빠져있음에도, 자신의 살 궁리를 찾기 위해 현시장과 특수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전임 이인재 시장에게서 자문을 구했다.
여호모피(與虎謀皮)는 호랑이와 호랑이 가죽을 벗기는 일을 의논한다는 말이다. 요구하는 일이 상대방의 이해와 상충하여 이루어질 수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에 노(魯)나라 정공(定公)이 공자(孔子)를 사도(司徒) 벼슬에 앉히려고 하였다. 정공은 그 전에 좌구명(左丘明)을 불러, 삼환(三桓)과 그 일에 대하여 의논하려고 하는데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삼환(三桓)은 환공(桓公)의 손자인 계손씨(季孫氏)와 숙손씨(叔孫氏), 맹손씨(孟孫氏) 세 사람을 일컫는데, 이들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들로서 공자와는 정치적으로 대립하였다.
좌구명은 삼환은 공자와 정치적 이해가 상충하므로 반대할 것이라면서 태평어람(太平御覽)의 이솝우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갖옷과 맛난 음식을 좋아하는 주(周)나라 사람이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갖옷을 만들기 위하여 여우들에게 찾아가서는 그 가죽을 달라고 하고(與狐謀其皮),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하여 양들을 찾아가 그 고기를 달라고 하였습니다(與羊謀其肉).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우들은 줄줄이 깊은 산 속으로 도망 가버렸고, 양들은 울창한 숲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주나라 사람은 10년 동안 갖옷을 한 벌도 만들지 못하고 5년 동안 양고기를 구경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왜 그런 것이겠습니까? 그가 의논할 대상을 잘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주께서 공구(孔丘:공자)를 사도로 삼으려 하시면서 그의 정적 삼환을 불러 그 일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은 여우와 그 가죽을 얻을 일을 의논하고 양과 그 고기를 얻을 일을 의논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공은 좌구명의 말을 듣고는 삼환을 불러 의논하지 않고 공자를 사도로 임명하였다.
지난 5월 24일 오후 2시부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501호 법정에서는 김창형 재판장의 심리로 뇌물공여 등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이재홍 파주시장과 부인 유 모 씨(55.여), 김 모 씨(53.여 N관광대표)씨에 대한 공판이 있었다.
이재홍 시장의 변호인 측은 운수업체 대표인 김 씨와 이인재 전 시장과의 전화 통화내역,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녹취록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기록을 토대로, 이인재 전 시장과 만두제조업체 박 모 씨가 운수업체 여사장을 통해 이재홍 시장 부인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것이 아니었는가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2014년 9월 추석 무렵 여사장으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비서팀장을 통해 돌려줘 공소장에서 제외된 ‘실패한 1차 로비사건’이 있은 후에는 부인을 상대로 지속적인 금품 전달을 시도했다.
한편 이인재 전 시장과 여사장은 재임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로 퇴임 후에도 500만 원씩 추석 설에 두 차례 주고, 법인카드를 제공할 정도로 가까웠으며, 이 전 시장의 소개로 알게 된 만두제조업체 박 모 사장에게도 3억 5천 만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문제가 된 2015년 2월 10일에는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이시장 부인에게 제공하기 직전 시간에 이인재 전시장과 6분, 박 모 씨와는 7분, 금품전달한 후인 10시 20분경에는 박 모 씨와 2차례에 걸쳐서 8분여의 통화를 한 기록도 밝혀졌다. 그녀 자신도 법정증언에서 이 전시장과 자주통화하고 잊을만하면 안부 전화하는 사이라고 말했고 덧붙여 “승자보다는 패자에게 안스러움을 더 느낀다”고도 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운수업체 여사장은 당을 달리하고 서로 경쟁을 하던 이재홍 현시장과 이인재 전 시장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손 치더라도 운수업체 여사장은 있어서도 아니 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을 도모했다. 본인의 과욕으로 현 이재홍 시장이 곤경에 빠져있음에도, 자신의 살 궁리를 찾기 위해 현시장과 특수한 경쟁관계에 있었던 전임 이인재 시장에게서 자문을 구한 것이다. 여우하고 여우의 가죽을 벗길 일을 모의(謀議)했으니 그들이 지금 받고 있는 음모론과 사주(使嗾) 교사의혹은 당연한 귀착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