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꼬리제비나비와 철조망
장 종 국
긴꼬리제비나비의 춤사위가, 지루한 장맛비 멈춰 꽃방 물기 말리느라 꽃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참나리꽃 안방에 들어 앉아 치루고 있는 품새가 한 폭의 비희도(秘戱圖)다. 좀처럼 보기 힘든 긴꼬리제비나비가 임진강철조망을 끼고 통일염원푸닥거리를 하고 있는 듯하다. 품위 있고 우아한 날갯짓이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몰아내는 한 낮의 여름선물이다.
박봉우시인의 <나비와 철조망>이 전하는 메시지가 어울리는 장면이다.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별일 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하늘은 장밋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생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즈막까지 의지하려는 강열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는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한다. 이미 날개는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간다 목이 빠삭 말라버리고 숨결이
가뿐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나르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철조망 속에 안길,
이런 마즈막 ‘꽃밭’을 그리며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설픈 표시의 벽.
기旗여......
나비라는 상징으로 분단의 고통스러운 날들을 살아가는 민족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1950년대 분연히 일어난 분단 현실을 고발하고 그 상처와 한을 노래한 시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Edward N. Lorenz)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으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 불렀다. 로렌츠는 대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온, 기압, 풍속 등의 각종 변수를 나타내는 방정식을 만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그려 보았다. 연구도중 로렌츠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상한 결과의 시뮬레이션을 보게 된다. 무시할 수 없이 아주 작은 수치의 차이가 전혀 엉뚱한 시뮬레이션을 그려 놓은 것이다. 아주 작은 변수의 기상 현상에서 예측불허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작은 변수가 일으키는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는 대기의 운동을 표현하는 것인데 나비의 날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비효과’라는 용어가 탄생되었다. 아마존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이론이지만 경제학에도 쓰이게 되고 사회의 여러 분야에 쓰이고 있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일본은 마스크를 쓰고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도 있다. 지금 미국의 경제가 재채기를 하니 세계 경제가 심한 독감에 걸려 앓고 있다. 전국에 내린 폭우와 산사태도, 작은 물방울이 구름의 구름이 되어 작은 비가 폭우로 변하여 계곡에 넘쳐 흙탕물이 되고, 흙탕물이 숲을 뿌리 채 뽑아 낮은 곳으로 흐르다 길을 막고 있는 건물들을 덮치는 것이다. 집을 잃고 시름에 빠진 이재민을 돕기 위해 몇 사람의 자원봉사자를 보고 전 국민이 이재민 돕기에 나서게 되는 효과를 나비효과라 보아도 좋다.
그리스어 ‘프시케(psyche)’는 영혼이란 뜻도 가지고 있지만 나비라는 뜻으로 불러지기도 한다. 프시케는 그리스신화에서 큐피드 어머니 베누스의 질투와 사랑의 신 큐피드의 사랑을 불러 일으켰던 미모의 공주 이름으로, 갖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 고결한 사랑의 이름이기도하다. 나비는 여러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 부활, 재생, 영혼, 축복, 예감, 기쁨, 행복, 아름다움, 조화 등의 이미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꽃과의 관련성, 변태, 날수 있다는 특징, 날개의 아름다움 등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윤곤강(1911~1949) <나비>의 시 한 편을 감상하여 보자.
“비바람 험살궂게 거쳐간 추녀 밑 / 날개 찢어진 늙은 노랑나비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고 가슴을 앓는다.//
찢긴 나래에 맥이 풀려 /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라미조차 소태맛이다.//
자랑스러울손 화려한 춤재주도 / 한 옛날의 꿈조각처럼 흐리어
늙은 무녀처럼 나비는 한숨진다.”
늙고 병든 노랑나비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과 시인이 처했던 당시 현실을 암시적으로 간결한 이미지의 회화화한 작품이다. 나비는 의인화되어 현실의 모진 역경을 견디지 못하고 추녀 밑 맨드라미 꽃대궁에 앉아 ‘가슴을 앓고 있으며’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으로 인하여 평소 즐겨 찾던 ‘맨드라미 초차 소태 맛’일 뿐이라며 영화롭던 나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나비의 상징성을 죽음과 연계시키려는 심창만의 <나비의 이유>를 들어 보자.
길 위를 날아가는 상여꽃 위로 / 나비가 날아간다.
삶을 지탱하는 / 화창한 만가,
아버지는 너무 화창해 죽었다. / 길 위로 상여를 띄워 내기까지
삶의 부력은 얼마나 깊은가//
둥둥 상여꽃이 날고 나비가 날고,
화창한 만가 위로 아버지와 내가 날아간다.
화창한 만가, 輓歌는 상여꾼이 상여를 메고 갈 때 호상꾼들이 부르는 전통 민요이다. 꽃상여를 메고 가는 행렬이 그렇게 침울한 것이 아니라 진도 만가와 같이 축제를 연상케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화자는 ‘둥둥 상여꽃이 날고, / 화창한 만가 위로 아버지와 내가 날아간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화창한 계절에, 아니 화창해도 될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를 뒤따르는 상주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되, 나비와 원색의 상여꽃이 어울린 봄날의 화사한 분위기가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긴꼬리제비나비(Papilio macilentus Janson)는 호랑나비과의 제비나비속에 속하는 나비이다. 금년에 유난히 많이 눈에 뜨이는 나비 중 가장 아름다운나비 긴꼬리제비나비가 꽃밭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기주식물은 누리장나무, 탱자나무, 산초나무 등이다.
일 년에 두 번 발생하는데, 봄 형은 4월 중순에서 6월 초순 까지, 여름 형은 7월 초순부터 8월 하순에 걸쳐 나타난다. 암수 모두 몸과 날개는 검은 색이다. 날개는 큰 편이나 좁고 길다. 앞날개의 맥은 검은 색으로 가는 줄처럼 드러나 있다. 뒷날개 바깥선두리를 따라서 붉은 색의 초승달 무늬가 있는데 수컷에 비해 암컷의 붉은 점이 훨씬 뚜렷하게 발달되어 있다. 혐오스럽고 징그럽게 생겼던 애벌레 시절을 변태하고 화려한 색깔의 검정비단날개와 춤사위를 무엇으로 설명할까?
나비라는 말은 ‘날다(飛)’에서 비롯되었다. 나불나불 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이야기 하나
-장자의 胡蝶夢이야기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 어디로 보나 나비었다.
장자는 나비인줄만 알고 기뻐하였다. 꽃도 구경하고 들도 구경하였다. 한참 날아다니다 보니 어떤 나무 밑에 한 사람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 가. 내려가 살펴보니 바로 장자인 자기였다. 그때 꿈에서 깨어났다. 나비가 된 꿈을 꾼 지금 나는 깨어났고 나는 틀림없이 내가 되었다. 그러나 꿈속에서 나는 나비였다. 나는 지금 사람으로서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내가 나비로서 사람 꿈을 꾼 것인가?
“일평생 즐긴 허무한 세월 / 오늘 꽃 보니 미치도록 좋지만
원컨대 차라리 호접몽의 나비되어
꽃가지 꽃잎 따라서 나비되어 날아 볼거나”
하며 제자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알 뜻 말 뜻한 이야기를 들은 제자들은 스승님의 꿈 이야기가 너무 황당하여 쓸모없는 말이라 하니.
장자 가로되.
“너희들은 쓸모 있음과 없음을 구분하는 구나, 그러면 네가 서 있는 땅을 한 번 내려다보라, 너에게 쓸모 있는 땅은 지금 네 발이 딛고 서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너에게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약 네가 딛고 선 그 부분을 빼고 나머지 땅을 없애버린다면 과연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작은 땅에 서 있을 수 있겠느냐.”
제자는 아무 말 못하고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자, 장자는 힘주어 말했다.
“너에게 정말 필요한 땅은 네가 디디고 있는 그 땅이 아니라, 너를 떠받쳐주고 있는 그 땅이 아니라, 너를 떠받쳐주고 있는 바로 네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나머지 부분이다.”하였다.
장자의 사상은 꿈도 현실도, 삶도 죽음도 없는 세계관을 강조하였다.
조선조 후기 조성신의 개암가 앞 구절에
“청춘에 병이 들어 공산에 누었더니 / 일편 잔몽에 호접의 나래 빌어
장풍을 경마들고 남포로 떠나려네. / 초선도가 어디메뇨 개암정이 여기로다.”
라며 강산유람과 회상, 회포를 토로한 시 구절이 있고, 송강 정철은 사미인곡에서
“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 범나비가 되리라......”는 시 구절이가 있다.
이야기 둘
-죽은 자가 나비로 환생하여 원수를 갚는 내용
“고을 원님의 딸 아랑이 어느 날 행방불망이 되었다. 관청의 한 사내가 짝사랑 하다가 아랑을 꾀여냈으나 말을 듣지 않자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그 뒤로 이 고을에 부임하는 원님마다 첫날밤을 넘기지 못하고 귀신에 놀라 죽곤 했다. 그런데 무인 출신의 한 늙은이가 아무도 나서지 않는 그 고을의 원으로 자원했다. 그날 밤 가슴에 칼이 꽂힌 아랑의 귀신이 나타나서 억울하게 죽은 사정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나비로 환생하여 자기를 해친 자를 지적할 것이니 원수를 갚아 달라고 했다.
다음 날 동헌 뜰에 관속을 모두 불러 모으자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서 한 관속의 벙거지 위에 내려앉았다. 원님은 그자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대밭 속에 버려진 아랑의 시신을 수습하여 안장하였다. 그 후로 아무런 변고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