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해마루촌주식회사' 설립해 ‘항아리 사업‘ 계획
장단군 진동면 ‘해마루촌’ 조성호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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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으로 임진강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초평도가 있으며, 한 여름이면 반딧불이와 함께 살아가는 민간인 통제구역 마을 ‘해마루촌’.
이 마을은 한국 전쟁 당시 삶의 터전이던 문전옥답을 그대로 둔 채 떠나야 했던 장단군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 1세대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 정부의 배려로 돌아오게 된 마을이다.
2001년 분양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곳은 행정상으로는 경기도 장단군 진동면 동파리다. 60가구 180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해마루촌’은 민간인 통제구역에 묶여 엄격히 통제된 관계로 자연생태 그대로가 잘 보존돼 각종 공해물질과는 거리가 먼 청정지역이다.
이곳은 동파리 입주민들이 동파리(東坡里)를 순수 우리말로 재해석 해 東은 ‘해’를, 波는 언덕의 순수 우리말 ‘마루’로 합성해 ‘해마루촌’으로 이름 지어졌다.
메주 만들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마련
지난해부터 이곳 마을 행정을 맡고 있는 조성호 이장(67)은 청정지역인 이곳을 생태관광 마을로 만들고 싶어 한다. 지금도 사계절 체험거리를 만들어 놓고 관광객을 맞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활성화 시키는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다.
현재 봄에는 철새와 야생화 관찰, 고구마 심기, 손 모내기, 여름에는 우렁이와 미꾸라지 잡기, 감자 캐기, 옥수수, 오디, 고추 따기, 가을에는 산 밤 줍기, 새끼꼬기, 벼 베기, 콩 수확 및 타작하기, 겨울에는 겨울철새 관찰, 썰매타기, 메주 만들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 우수 마을. 경기도지정 우수 체험 마을. 농협 지정 팜스테이 마을이며, 서구풍의 아름다운 전원주택 마을로 어느 마을보다 장수 어르신들이 많은 장수촌이다.
하지만 조 이장이 특히 심혈을 기울이며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 있다. 마을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농업법인 ‘DMZ해마루촌주식회사'를 만들기 위해 사업제안서를 경기도에 제출했으나, 사업실적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돼 현재 보완작업 중이다.
마을기업 만들어 ‘항아리 분양사업’ 하고 싶어
조 이장은 농업법인이 설립되면 ‘항아리 분양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항아리 분양사업’은 주민들이 생산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콩 1가마를 생산해 수매하면 30만원에 불과하지만 메주를 만들어 팔면 80만원 가량 됩니다. 50만원의 수익이 생겨 마을기금으로 들어오죠. 유통마진과 고용창출 모두 마을로 들어오는 일석삼조의 사업입니다”
하지만 농업법인 설립이 승인을 받아도 공장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거지역이라 공장허가가 일절 안 된다는 것이 문제.
조 이장은 이의 해결을 위해 올해 초 군 관계자와 파주시 관계자들 함께 하는 자리에서 공장을 지을 수 있게 조례를 바꿔 줄 것을 요구했다.
조 이장이 구상하는 ‘항아리 분양 사업’은 단순 ‘메주팔기 사업’이 아니다. “항아리 분양사업은 300~500개의 항아리를 분양하는 겁니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만들려면 최소한 3번은 ‘해마루촌’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마을을 홍보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거죠. 이를 위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조 이장은 사업계획서를 후반기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그는 3년 전 정착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했다. 그는 이곳에서 정착하면서 ‘이 좋은 곳을 어떻게 활용을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 완전히 정착하고 보니까 농촌의 좋은 환경이 너무 아까운 겁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이장이 되면 마을기업하나 만들어 봐야지’ 생각하고 서영대학에서 도시대학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는 고향이 파평 하포리다. 3살 때 피난 갔다 60여 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여유로운 노후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농사를 지어서는 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 조 이장은 지난해 메주 2가마를 손수 만들어 봤다.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낸 것이 마을기업을 통한 메주사업이었다.
“서울에서 마을까지 1시간, 일산에서는 30분 거리입니다.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의 40%를 차지합니다. 통일 대비해서 여길 거쳐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청정지역인 이곳을 어떻게 개발하고 홍보할 것이냐가 문제인 거죠”
생태관광 밸트 만들어 사람 찾는 마을 만들어야
조 이장은 ‘장만 맛있고 홍보만 잘 된다면’ 주민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된장도 사고 콩국수 한 그릇 먹고 가는 시스템을 만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찾을 겁니다. 마을 앞에 흐르는 임진강과 초평도를 오가는 배를 띄우고, 덕진산성과 허준 묘를 돌아오는 생태관광 밸트를 만드는 거지요. 또 미군이 떠난 자리에 병영체험장도 만들고요.”
조 이장은 이를 위해 규제가 풀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시범적으로 규제를 풀어줘 봐야죠. 그러면 마을에 꽃도 심고, 먹거리를 만들면 사람들 찾고 1등 파주 알리미가 될 겁니다”
“너무 조용하고 외롭습니다. 농사일을 위해 사람을 구하려 해도 없습니다(웃음). 동파리에 와서 농산물도 사가고 사람이 오가면서 마을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쉼터 역할을 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사람 사는 마을로 바꾸고 싶습니다.”
조 이장 취임 당시 마을에는 기금이 9만여원 밖에 없었다. 지금은 750만원으로 불어나 있다. 올 해 목표는 1천2백만원이다. 마을회관 숙소 임대료와 음식점 운영 등으로 얻어지는 수익이다.
또 민박도 가능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이장은 메르스 때문에 마을회관 임대도 취소되는 등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마을기업이 유치되고 개발이 가능해 지면 관광마을로서 큰 각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곳은 180명의 주민 중 120명이 60대 이상으로 어른들이 많아 장 담는 기술이 좋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가공 된장보다는 시골 된장 맛을 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조성호 이장은 “왜 자꾸 일을 벌이느냐며 주민들이 협조 안 해 줄 때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앞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과 인삼, 쌀, 도토리 가루, 오디쥬스, 천마 등 특산품을 명품화 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볼 계획입니다”
고양시 건강보험공단과 자매결연을 계획 중인 조 이장은 장단면 주민자치위원, 북파주농협 대의원. 평통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